정부 백신 입찰 담합 나랏돈 뜯은 업체 32곳...과징금 409억 철퇴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0 17: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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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보령바이오파마·SK디스커버리 또 담합 적발
묻힐뻔한 사건 검찰의 공정위에 고발요청에 실상 들통

[메가경제=주영래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백신 입찰에서 담합해 정부 예산을 낭비 시킨 32개 백신 제조사와 백신 총판 업체 등에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했다.


백신 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총판업체인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와 25개 의약품 도매상은 정부의 백신 입찰 시장에서 서로 입찰 가격을 공유하거나 들러리를 섭외하는 등의 방식으로 짬짜미를 일삼았다.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잇다.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는 백신 조달에 있어 기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면서 담합해 왔으나, ‘정부총량구매방식’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백신총판이 된 것이다. 

 

다만 의약품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했고,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그리고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 등 3개 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다시 한번 이 사건 입찰 담합에 참여함으로써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초기에는 의약품 도매상끼리 담합했으나 정부가 2016년부터 제3자 단가 계약 방식(정부가 전체 물량의 5∼10% 정도인 보건소 물량만 구매)을 정부 총량 구매 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물량 전부 구매)으로 바꾸자,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 총판이 낙찰받았다.

이들은 유찰되거나 제3의 업체가 낙찰된 23건을 제외하곤 147건을 사전 계획대로 낙찰받았다. 이 중 117건(80%)은 낙찰률(기초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100%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에선 통상적으로 낙착률이 100% 미만이란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그것은 입찰 담합을 통해 더 비싼 가격에 정부에 백신을 팔았다는 의미다.

담합은 정부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이었기 때문이다. 담합 범위는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 24개 품목이며 매출액은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 백신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이 과징금 철퇴를 받았다 [표=공정거래위원회]


사업자별 과징금은 에이치원메디가 115억 5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백신판매 71억 9500만원, 정동코퍼레이션 43억 400만원, 새수원약품 34억 5500만원 순이었다. 

 

이박에 국내 대형 제약사들인 녹십자 20억 3500만원, SK디스커버리 4억 8200만원, 유한양행 3억 23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 8500만원 과징금을 받았다.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 5100만을 부과받았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를 통해 실상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9년 한국백신 등의 백신 관련 독과점 지위 남용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9억 9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이 담합 혐의를 추가로 잡아내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것이다.

 

검찰은 이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보령바이오파마, 유한양행, SK디스커버리, 광동제약 등 관련 회사를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 이미 벌금형이 선고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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