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쥐 없는 신약개발' 현실로…EU,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선언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4 17: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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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장기칩 활용 확대…의약품·화학물질 안전성 평가 대전환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유럽연합(EU)이 의약품과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공식 발표했다. 인공지능(AI)과 장기칩(Organ-on-Chip),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비동물 시험법 활용을 확대해 규제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구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일 의약품을 포함한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번 로드맵은 산업·소비재 화학물질, 살충제, 의약품, 식품 및 사료 첨가제 등 15개 분야를 대상으로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 EU가 단계적으로 동물실험을 폐지하기로 했다. [사진=챗GPT]

EU는 비동물 시험법 개발 및 검증 가속화, AI·데이터 기반 평가체계 활용 확대, 국내외 이해관계자 협력 강화 등을 핵심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동물실험 대체기술 개발 지원, 규제 수요 발굴 체계 구축, 국제 표준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약 분야에서는 반복투여독성시험(RDT) 등 일부 독성 평가에서 동물 사용을 줄이고 체외 시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가상 대조군(Virtual Control Group)을 도입해 연구 과정에서 사용되는 실험동물 수를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및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로드맵을 즉시 이행하고, 오는 2029년 진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REACH(유럽 화학물질관리제도)를 포함한 주요 규제 체계에서 비동물 시험법 도입 현황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규제 혁신과 신약 개발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제약산업협회(EFPIA)는 "제약산업은 오랫동안 동물실험의 대체·감소·개선(3R) 원칙을 지지해왔다"며 비동물 시험법 개발과 검증 가속화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의 움직임은 미국의 정책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2022년 FDA 현대화법 2.0을 통해 비동물 대체 시험법 활용 근거를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장기칩과 컴퓨터 모델링 기반 안전성 평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FDA는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도 동물실험 의존도를 낮추는 가이드라인을 잇달아 제시하며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EU와 미국이 잇따라 비동물 시험 체계 전환에 나서면서 AI 기반 독성 예측, 장기칩, 디지털 시뮬레이션 등 차세대 평가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전략과 규제 대응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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