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제외 우리금융 이사회...내부 속사정은?

문혜원 / 기사승인 : 2024-03-22 16: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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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사회 선임 관례상 은행장 제외 "이례적" 반응
지주 회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배척했나…의견 분분
이사진 선임과정 변화 암시…올해 말 인사 반영 전망
‘KB내분사태’와 유사…지배구조 문제 흔들릴까 우려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은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곳은 우리금융 뿐이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장은 각 금융지주 걔얼사들의 수장이니 만큼 이사회시 비상임이사 자리에 선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관례였기에 은행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와 각종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22일 은행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이사회를 개최한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제외한 채 사외이사 5명을 이사회 이사로 선임하는 주총 안건을 확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우리금융 이사회 이사진 중 사내이사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그룹)회장이 유일하다.

 

이사회 개최에 앞서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과 정찬형·윤인섭·윤수영·신요환·지성배·송수영 등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서 조병규 은행장만 사내이사격인 비상임이사 자리에서 빠지게 되어 올해 공석 자리로 남겨지게 됐다.

 

통상 지주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선임할 경우 지주 계열사 중 수익(90%)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은행장이 중요한 수장의 역할로 인식하기에 지주 내 사내이사로 포함시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일례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 이후 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하나금융은 올해 주총에서 비상임이사였던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도 사내이사 후보로 올랐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번 우리금융 이사회 선임안건에서 비상임이사(사내이사)에서 은행장이 빠졌다는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로 제외한 사례는 또 있었다. 손태승 전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두 수장모두 각 각 배제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던 반면, 조 행장의 경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 내부에서도 “윗선 속사정에 대해 알길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의 경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책임 문제 이슈가 불거지자 지난해 1월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임기를 9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임종룡 회장의 권한강화 차원에서 용퇴하자 그가 맡고 있던 우리금융 이사회의 비상임이사(사내이사) 자리가 자연스레 공석이 됐다.

 

이번 조병규 행장이 비상임위원회 자리에서 제외되자,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우리은행 내부에 따르면, 조 행장이 비상임 자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임 회장 판단이 지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행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조병규 은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오는 12월 연말인사를 앞두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올해 말 조 행장이 물러나게 되면 비상임이사 자리는 또 공석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만약 조 행장이 사내이사가 됐을 경우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임기 말 차기 은행장이 교체될 경우에도 조 행장은 사내이사 임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모양새 부분에서 우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상임이사는 등기임원을 말한다. 우리은행의 5개 이사회내위원회 가운데 이사회운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으로 구성되며, 통상 사내이사 임기는 3년이다. 

 

다른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조 행장의 임기 만료 명분을 앞세워 질책을 통해 배척했다고도 보고 있다. 즉, 임 회장과 조 행장 간 두 사람만의 갈등 요인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이는 은행 내부 지배구조 문제와 직결되므로 과거 ‘KB 내분 사태’와 엇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KB 내분 사태’는 은행권에서 인사외풍으로 인해 내부가 흔들리는 불안정한 지배구조 문제로 꼽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금융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어윤대 KB금융지주 전 회장이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KB금융 회장에 선임됐지만, 당시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KB 수장 간 갈등’은 CEO리더십 문제로 불거지면서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사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는 악명을 떨친 계기가 됐다”라며 “현재 우리금융이나 농협금융 등 정부 인사 외풍을 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CEO들의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우리금융의 이번 이사진 선임 과정을 두고 새로운 경영전략 차원에서 이사진 변화가 암시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올해 말 새 행장 교체시에도 임 회장의 의도가 반영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과점주주 체제로 운영된다. 우리금융의 민영화의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민영화 과정에 참여한 증권사와 보험사, 사모펀드 등 민간 과점주주가 1명씩 추천한 사외이사가 5명이 포진돼 있다. 지난 주에는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여성리더들을 추천했다.

 

후보 추천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우리금융 사외이사 수는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늘고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여성의 수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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