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상장 3사 합병 추진...주가 하락에 등 돌린 주주 마음 달랠까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2년 전 공식 퇴진한 셀트리온그룹 창업주 서정진(66)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다.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일 열린 사별 이사회에서 서 명예회장을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한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는 오는 28일 각각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임기는 사별로 각각 2년이다.
앞서 서 명예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각사 사내이사 임기 만료와 함께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대신 장남인 서진석(39)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과 차남 서준석(36) 셀트리온셀스케어 이사회 의장이 각사 사내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에는 이들 형제가 30대로 실무 경험이 부족한데다 경영 능력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만큼 서 명예회장과 전문경영인들이 중대한 의사결정 사안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창업주인 서 명예회장이 돌아와 다시 경영 키를 잡으면서 2세와 함께 오너가 공동 경영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서준석 의장은 서 명예회장과 함께 이번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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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왼쪽)과 서준석 셀트리온셀스케어 이사회 의장 |
셀트리온은 이번 서 명예회장의 복귀가 현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를 추진 중"이라며 "현 경영진이 서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서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다시 현직으로 돌아와 '소방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양상이고, 올해 셀트리온그룹이 세계 시장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이라는 점에서 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가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서 명예회장이 공동의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면서 주요 제품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신속하게 출시하고, 현지 유통망을 가다듬는 데 필요한 핵심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현 경영진은 서 명예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미국에서 성장 발판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뜨거운 감자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 작업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 명예회장이 직접 주주 설득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지난 2년간 셀트리온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등 상장 3사 주가가 장기간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두각을 보이면서 오너가인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민감한 상황이다.
서 명예회장이 등 돌린 주주들의 마음을 달랠 복안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경제 위기뿐 아니라 전략 제품 승인과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절실히 필요해 이번 이사회에서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받아 이번 선임안이 최종 확정되면 서 명예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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