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소송 중인데, 브랜드 사용료 두 배로 인상해 논란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회사가 어려울 때 돌아오겠다"던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년 간 칩거를 깨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거쳐 그룹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 3형제로 불리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2021년 셀트리온그룹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자 서 회장은 돌연 사퇴를 발표하고 명얘회장으로 물러났다. 당시 서 회장은 그룹 환경에 급박한 변화가 발생하면 언제든 '소방수'로 현직에 돌아올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최근 셀트리온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악화하자 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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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셀트리온] |
업계에서는 '왕의 귀환' 표현까지 쓰며, 서 회장의 복귀에 관심을 쏟아냈다. 그의 복귀 소식은 증권가에서도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 회장의 복귀 후 행보는 업계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재는 내부에서 시작됐다. 셀트리온그룹의 일부 임직원들로부터 '소방수의 귀환이 아닌 꼰대(노인의 은어) 귀환'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업무 복귀 후 임직원 복무규정 강화방안을 지시했다. 직장인으로서 품격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 근무 시간에는 휴게실 장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시였다.
이 같은 지시가 떨어지자,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사의 이 같은 조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꼰대'가 귀환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지키자는 차원"이라며 "직장생활에서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의 문제는 비단 내부에서만 불거진 게 아니다. 최근 서 회장은 사적 영역인 '혼외자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 회장의 혼외 딸 2명이 친생자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6월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혼외 딸 2명을 친생자로 인지하라고 판결했다. 그 결과 혼외 딸 2명은 서 회장의 호적에 오르며 법적인 가족이 됐다.
서 회장의 사적 문제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이 세간의 시선을 끌게 된 배경은 공정거래법이 바뀌면서다.
지난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되, 동일인과 본인 사이에 법률상 친자녀를 둔 사실혼 배우자도 친족 범위에 추가했다. '혼외자 생모'가 친족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혼외자의 생모가 대표로 있거나 30% 이상 지분을 가진 곳은 계열회사 편입 대상이 된다.
결국 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혼외 딸들의 생모가 설립한 의류 제조 및 도소매 업체 서린홀딩스와 실내 인테리어 업체 서원디앤디를 셀트리온그룹 계열사에 편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기존에 사실혼 배우자 유무가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의 사례도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셀트리온그룹이 이런 기업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주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최근 언론에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으로 여러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드렸다. 어떤 질책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린홀딩스와 서원디앤디의 실적, 재무, 주주 상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공시의무 위반으로 관계 당국의 조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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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사진=셀트리온] |
이런 상황 속에서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이름값을 두 배 인상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기업의 브랜드 사용료는 당해 회계연도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뗀 금액에 '브랜드 사용료율'을 곱한 금액으로 책정한다.
셀트리온홀딩스의 경우 매출액에서 특수관계인 매출액과 광고선전비를 뺀 후 사용료율을 곱해 책정했으며, 올해 브랜드 사용료율은 0.1%에서 0.2%로 두 배 인상했다.
이로써 '셀트리온' 브랜드를 사용하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스킨큐어,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 5곳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인상된 금액인 약 50억 원을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브랜드 사용료 인상은 감정평가법인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와 평가에 의해 최종 결정됐다"며 "브랜드 사용료율 산정에는 셀트리온홀딩스의 브랜드가치 재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높은 투자를 진행한 점이 반영됐다. 향후 브랜드 가치 유지와 구축에 사용될 부분도 고려됐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이 서정진 회장이 전체의 97% 이상 보유한 개인회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브랜드 권리를 무상 제공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로 간주해 처벌받게 된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하지만 브랜드 사용료율은 법으로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주회사가 마음대로 그 요율을 정할 수 있다.
특히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지주회사는 브랜드 사용료율을 높게 책정해 이를 총수일가의 급여나 배당 등의 형태로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셀트리온 일부 주주들은 "주주들은 죽어 나가는 데 총수만 배부르면 된다는 식이냐, 혼외 딸 위자료 때문에 브랜드 사용료를 올린 것"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집단현황공시에 상표권 사용료 거래 현황 뿐만 아니라 관련 소용 비용도 추가로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정위 역시 상표권 사용료 거래에 대한 부당 지원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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