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서 일군 바이오 사업, 10년만에 CDMO 글로벌 1위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바이오 국부론이 빛을 발했다. 이재용 회장이 맨땅에서 일군 바이오 의약품 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ㆍ반도체처럼 선순환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을 잘 지킨다는 수성의 이미지를 떼고 선대인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과 같은 입지전적인 기업가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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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섬바이오로직스 제5공장 건설현장을 찾아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6일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최대 매출(3.7조원), 영업이익(1.1조원), 수주(3.5조원) 성과를 달성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혈액질환, 안과질환 치료제 등의 판매 허가를 획득해 창립 12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
이재용 회장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5공장 현장과 현재 본격 가동중인 4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으로부터 기술 개발 로드맵, 중장기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파른 성장은 선제적 투자 결단와 과감하고 지속적인 육성 노력이 만든 결실이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제창했다지만, 이를 맨땅에서 시작해 일군 것은 이재용 회장이다. 2016년 상장 당시 0.3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은 7년만에 약 3.7조원으로 12배 성장했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2022년 생산 능력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게다가 10년만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글로벌 1위 업체로 우뚝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이다. 이를 통해 그간 이재용 회장을 따라다니던 ‘수성의 경영자’란 수식어를 지워버리게 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타미플루 하나로 세계 20대 제약사로 거듭났듯, 잘 만든 신약 하나는 한 기업 뿐만 아니라 스위스 로슈 사례처럼 국가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낸다. 게다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1600조원으로 반도체(600조원), 자동차(600조원)을 합한 것보다 시장성이 크다.
이재용 회장은 이를 의식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급이 아닌 이를 뛰어넘어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속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TOP 20 제약업체 중 14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다음 과제는 바이오 사업을 반도체 사업을 뛰어넘어 확실한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육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건설,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경쟁력 확보, 투자 펀드 운영 등을 통해 미래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기술에 있어서도 생산능력 초격차 개발 및 생산 능력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올해는 ADC 개발에 본격 착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ADC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을 붙여 다른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제거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바이오 업계는 2022년 8조원 규모였던 ADC 시장이 2026년까지 17조원으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의약품 사업 트렌드는 독자적인 연구개발에 앞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이다. 신약 개발은 수조원, 몇십년을 쏟아부어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에,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유명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조성해 미래 기술에 선제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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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회장은 절은 인재가 기술혁명 시대 주역이라는 '인재 동행철학'을 갖고, 젊은 세대와 적극적인 소통 및 육성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조성한 2400억원 규모의 펀드로, 유망한 바이오 기술 기업 지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난치성 뇌 질환 분야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에임드바이오’에 지분 투자했으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장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며 ‘사업보국’을 실천하고 있다. 1공장부터 4공장까지 완공을 마쳐 제1바이오캠퍼스 구축을 완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7.5조원을 투자해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며, 매년 400여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협력사와 건설인력 고용 창출 효과까지 합하면 2032년까지 1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직원 수도 약 4500명으로 ,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20대 청년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도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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