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종목 선정 기준 객관성·형평성 논란...리밸런싱 앞당길 예정
코스피200, 코스닥150과 큰 차이없어...‘KRX300’ 전철 밟을 가능성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최근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준비 중인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과거 ‘KRX300 ETF’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서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밸류업 지수의 이른 종목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차별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상반된 전망으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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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밸류업 지수 하락' AI 이미지 생성.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bing 제작] |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오는 11월 4일 상장한다. 밸류업 지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단 중 하나로 거래소에서 만들어 24일 공개했다. 수익성과 주주환원 정책, 자본 효율성 등을 기준 삼아 선정한 국내 증시 상장기업 100곳으로 구성됐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밸류업 지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투자자, 특히 기관‧연기금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도 밸류업 지수 ETF 등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미 10여곳의 자산운용사들이 밸류업 지수 ETF에 참여를 결정했고 추가 변동사항 등을 상시 확인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참여 운용사 면면을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며 “다음 달 초 출시 예정 상품이기에 아직 확실시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밸류업 지수 ETF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밸류업 지수가 기존 국내 증시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밸류업 지수 ETF가 코스피2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와 차별화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 기준의 형평성과 객관성 논란도 일었다. 2년 합산 적자 기업으로 수익성 요건에 미달한 SK하이닉스와 주주가치 훼손 지적을 받은 두산밥캣이 포함된 반면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 미달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정작 지수에서 빠져야 할 종목은 포함됐고 편입돼야 할 종목은 제외됐다는 의문이 식지 않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지수 발표 이틀만인 지난 2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연내 조기 종목 변경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진화에 나섰다. 당초 내년 6월 실시할 계획이었던 밸류업 지수 첫 정기 변경(리밸런싱)을 올해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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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단상 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거래소 임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 및 선정종목 등과 관련한 주요 언론 보도사항에 대해 추가 설명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한국거래소] |
일각에서는 밸류업 지수가 KRX300 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RX300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동시에 투자하는 새 대표지수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한국거래소가 만든 지수다. KRX300 ETF는 총 6216억원 규모로 상장해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각각 2000억원 규모로 가장 크게 출시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00억원, 한화자산운용은 630억원의 펀드를 내놨다.
그러나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KRX300 ETF 순자산은 202억원, KB자산운용은 78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85억원으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한화자산운용의 ETF는 소규모 펀드로 줄어들어 지난 6월 상장 폐지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성방법과 취지에서는 코스피200과 차별점이 있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상춤 출시 이후 반응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거래소의 지수 종목 변경 이슈도 있는 만큼 ETF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논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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