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적자전환 속 '단기차입'확대 속사정

문혜원 / 기사승인 : 2024-06-05 09:05:28
  • -
  • +
  • 인쇄
1·3·4월 연속 농협은행으로부터 대여…자금조달 총력
시장격리 매입자금·사업자금 목적…매년 차입금은 쌓여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이후 적자일로·경영상황 빨간불
강호동 회장, 중앙회 통합방안 검토…농협 본질적 접근 필요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농협중앙회에서 유통 축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가 상반기인 1월, 3월, 4월에 단기차입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안팎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자회사 농협유통 등 유통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통해 시장곡리 정책사업을 비롯 내부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여 새삼 관심이 쏠린다.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모습.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5월 31일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한 현황 공시를 기재했다. 농협 기업집단현황 공시의 대표사는 농협경제지주(비금융부문)다. 

 

농협은행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1월부터 4월말 까지 농협경제지주에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1월 3일 147억원(축산물유통센터 운영자금), 1월 31일 3000억원(시장격리곡 매입자금), 4월 29일 3000억원(운전자금), 같은 날 500억원(운전자금) 씩 나눠 대여했다. 차입기간은 각 각 1년이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MOR)에 1.08%를 가산한 조건이다.

 

농협은행을 통한 차입이 늘면서 농협경제지주의 총 차입금액은 3조3405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22년 말(2조8490억원)과 비교시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작년의 경우 6464억원의 자금대여가 신규로 이뤄지기도 했다. 반면 회수는 1460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9년 말(6552억원)과 비교시 채권이 4배 이상 증가했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농협경제지주 외 산하 자회사로 농협네트웍스, 농협정보시스템,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케미컬, NH농협무역 등 20여개 관계사가 있다.  

 

농협은행이 보유한 계열사 보증채무 규모를 살펴보면 이들 계열사에 대한 채권보증규모는 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올해 들어 농협목우촌이 667억원, 농협사료가 3487억원에 달했다. 농협케미컬은 1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NH농협무역은 628억원에 달했다. 작년 기준 농협채권의 경우에는 총 1조2689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중앙회 일각에서는 농협경제지주와 은행 간 대여자금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2022년 2월부터 농협중앙회에서 2021년 시장격리곡  매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500억원을 차입했으나, 이후에는 시장격리곡 매입자금을 농협은행에서 주로 조달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경우 은행에 대한 대여금제도가 성립되는 구조이므로 해당 관계사들에 대한 지급보증 등 신용공여와 단위 농협에 대한 대출 등도 포함하면 그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농협경제지주가 농협은행으로부터 단기대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농협중앙회의 2012년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분리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주로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지탱하고 있는 구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경제지주가 신경분리 이후 10년 정도는 그럭저럭 실적을 낼 수 있었으나 축산경제 파트 부분 관련 곡물가격 불안정화 속 사료수입이 저조한 상태"라며 "농협경제지주의 적자 원인은 이런 축산경제산업에서 비롯돼 매년 100억원씩 깎이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밖에도 유통계열사인 농협유통도 최근 자본잠식 우려가 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그 이유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이렇듯 여러모로 정상적인 사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협경제지주는 은행의 대여금을 통해 자본조달을 해 판관비 등 사업자금 마련에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유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8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출자해 자금 수혈에 나섰지만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가 출범한 2021년 에는 42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22년 기준 3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오히려 적자 전환한 것이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중앙회와 신경분리 이후 정책사업을 추진 중이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통해 금융사업을 영위하는 농협금융지주와 경제사업을 하는 농협경제지주로 분리됐다. 이후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 농·축산물 유통과 도매, 영농자재 공급 등을 고도화해 농민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설립했다. 이에 중앙회 산하에 2개의 지주회사가 있는 ‘1중앙회-2지주’ 체계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신경분리 이후에도 농협 설립 당시부터 이어온 상호금융 사업은 조합원으로 구성된 지역 농축협에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중앙회 손자회사인 1금융권 농협은행과는 별도 조직으로, 지역 밀착 금융기관으로서 2금융권 업무와 농협 경제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 11월 유통 계열사 4곳(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을 흡수해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는데, 이때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기 투자관련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농협은행으로부터 대여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에서 필요한 매입자금을 하고 나머지는 정부에서 선택하는 자금으로 운용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차입금이 쌓이고 있는 부분에서도 이 같은 구조에 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농협 안팎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경제지주의 적자전환을 대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승인과 적정성 검토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의식 농협경제연구원 박사는 "농협경제지주는 현재 지역 조합원들과도 경쟁하고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라며 "예전처럼 독립성 주체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농협 내부 정치적 성향을 버리고 조합원과의 건전한 방향성 제고 및 체질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강호동 회장은 후보 시절, 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통합해 현재의 '1중앙회 2지주' 체제를 '1중앙회 1지주' 체제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1중앙회 1지주' 체제를 내건 이유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분리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농협경제지주가 독립법인으로서 이익을 내려고 하다 보니 사업영역이 겹치는 지역 농협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강 회장은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캐피탈 매각과 농협생명 및 손해보험을 공제사업으로 재편, 상호금융을 농협의 수익 센터로 혁신해 수익성을 바탕으로 농·축협 정기예치금 금리 등 조정 등 농협의 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혜원
문혜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