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LG화학·한화케미칼 등의 환경오염 사태, 제도개선 계기 삼아야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04-19 09: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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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한화케미칼 사업장 등 전남 여수 산업단지에서 운영 중인 공장들이 먼지와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마구 배출하면서 그 수치를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사업장은 자발적으로 하도록 규정된 점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감독 당국과 국민들의 눈을 속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제도는 업체 스스로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 실태를 점검하거나 자격을 갖춘 전문업체에 위탁해 관련 서류를 작성한 뒤 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LG화학 등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나 황산화물, 염화비닐 등 대기오염 원인물질의 배출량을 실제보다 낮게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측정대행업체는 오염물질 배출 업체 관계자에게 희망하는 수치를 미리 물어본 뒤 주문한 내용대로 성적서를 발급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오염물질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가 유착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부당이득 취득 과정에서 희생된 건 국민들의 건강이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여수 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유착의 사슬에 얽힌 여수 산단 내 사업장만 235곳에 달했다. 이들 사업장과 유착해 불법을 저질러오다 적발된 측정대행업체는 네 곳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15년부터 4년 동안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발급 또는 조작해오다 이번에 꼬리를 밟혔다.


환경부가 공개한 이들의 불법 행위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대담하고 노골적이었다. 성적서를 주문생산해 제시하는 것은 그나마 점잖은 축에 들었다. 어떤 대행업체에서는 한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곳에서 측정했다는 자료를 성적서에 버젓이 기재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도저히 하루 동안 해낼 수 없는 횟수를 측정했다고 거짓 기재한 경우도 모두 8843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란 듯이 내놓고 위법을 자행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환경 당국의 감시·감독이 그 동안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평할 수 있다. 그토록 긴 기간 동안 그처럼 노골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조작해왔다는 것은 해당 업체들이 사실상 감시·감독이 없는 무법지대에 방치돼 있었음을 의미한다. 둔갑술을 쓰는 홍길동도 아닌데 한 사람이 동일 시간대에 이곳저곳에서 오염물질을 점검한 것으로 기록한 사실 하나만 보아도 감독 당국의 업무 태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같은 범행은 책상머리에 앉아 서류만 꼼꼼히 살폈어도 얼마든지 쉽게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관대한 처벌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환경오염 행위에 대한 관대함은 과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필요악처럼 굳어진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환경 보존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당시의 그릇된 인식의 산물이었다.


현행 관련 규정들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측정대행업체들은 거짓으로 성적서를 발급하다 적발된다 해도 형사적으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뿐이다. 행정처분 또한 가볍기 짝이 없다. 1, 2차 적발시 각각 영업정지 3개월 및 6개월을 거친 뒤 세 번째 적발돼야 영업정치 처분을 받는다. 오염물질 배출업체는 측정결과를 속이다 적발되어도 과태료 500만원을 물면 그만이다. 행정처분은 3차례까지 경고가 주어지고 난 뒤, 4차에 가서야 조업정지 20일을 부여받는 게 고작이다. 마땅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관리감독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배출점검 업무를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것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사업장 유치에 우선순위를 두기 쉬운 지자체가 그들 사업장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도, 제도도 새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사태를 그 계기로 삼기 바란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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