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별세...'글로벌 LG' 기틀 마련·재계 첫 무고 승계 발자취

유지훈 / 기사승인 : 2019-12-14 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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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유지훈 기자]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10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2대 회장으로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LG그룹은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1995년 2월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 명예회장(왼쪽)이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LG 깃발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 LG그룹/연합뉴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1995년 2월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 명예회장(왼쪽)이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LG 깃발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 LG그룹/연합뉴스]


LG그룹은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 별세했을 때도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해 비공개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명예회장은 1925년 경남 진주에서 6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가 됐다.


1950년 부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의 부름을 받고 부산사범학교 교사를 그만둔 뒤 그룹의 모회사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69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하면서 LG가의 장남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을 이어받아 1970년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회장 재임시절 회사를 한국 기업 럭키금성에서 세계적인 기업 LG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7∼1989년 사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은 국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사람 만이 경쟁력이라는 '강토소국(疆土小國) 기술대국(技術大國)' 철학을 강조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LG그룹은 모태인 화학과 전자뿐 아니라 정보기술(IT), 부품·소재 등 다양한 영역으로까지 발을 넓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큼 클 수 있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구 회장은 국내 재계사에 경영의 선구자적인 발자취를 여럿 남겼다.


검정 뿔테안경에 경상도 사투리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구 명예회장은 안정과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스타일로도 유명했다.


구 명예회장은 총수의 수직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권한을 이양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기도 했다.


특히, 회장직을 스스로 후진에게 물려줘 국내 기업사에 '무고(無故, 아무런 사고나 이유가 없음) 승계' 사례를 남겼다. 국내 재벌가 최초의 무고 승계였다.


고인은 또한 57년간 이어진 구씨와 허씨 양가의 동업관계도 '아름다운 이별'로 전혀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LG그룹은 구 명예회장이 취임한 1970년 매출 260억원에서 1995년 3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고인은 70세 이던 1995년 1월 럭키금성 명칭을 LG로 변경했고, 이해 '21세기를 위해서는 젊고 도전적인 인재들이 그룹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넘겨줬다.


구 명예회장은 퇴임 후에도 변함없는 소신으로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공을 들였으며, 자연을 가까이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지난해 5월 타계한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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