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민간 달 착륙·2035년 독자 저궤도망…정부 발주 넘어 '우주 매출' 창출이 승부처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국 우주산업의 목표가 '로켓을 쏘는 나라'에서 '우주로 돈을 버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했다면 다음 승부처는 산업화다. 발사체를 만들고 위성을 제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발사 서비스와 위성통신, 지구관측 데이터 등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K스페이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가운데 우주·항공 분야 목표로 2030년 달 착륙과 2035년 독자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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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우주항공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사진=AI] |
시간표도 구체적이다. 2029년 달 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하고 2030년에는 민간 주도로 국내 최초 700㎏급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 2031년 우주과학탐사선에 이어 2032년에는 1800㎏급 달 착륙선을 발사해 심우주 탐사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2030년 달 착륙은 정부 연구기관이 모든 것을 개발하는 기존 방식과 결이 다르다. 우주항공청은 산업체의 700㎏급 소형 달 착륙선 개발·실증을 지원해 국내 최초 달 착륙을 민간 주도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의 시선도 '탐사'를 넘어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주데이터센터와 능동제어위성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2035년까지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완성해 6G 통신시장까지 겨냥한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 국내 우주기업에는 발사체→위성 제작→통신→관측 데이터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한화에어로, 누리호 제작 넘어 '우주 택배' 노린다
가장 앞선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누리호 제작과 발사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2025년 7월에는 항우연과 누리호 개발 전주기 기술이전 계약까지 체결했다.
핵심은 단순한 로켓 제조가 아니다.
세계 우주산업에서 발사체는 위성과 화물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궤도로 보내주는 '우주 운송수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누리호 체계종합과 핵심 부품 공급을 넘어 향후 발사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있다.
민간 생산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남 순천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6만㎡ 규모의 민간 발사체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누리호 후속 기체뿐 아니라 향후 신규 발사체 생산까지 염두에 둔 시설이다.
달 사업에도 이미 발을 들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항우연과 1033억원 규모의 달 착륙선 추진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32년 발사 예정인 달 착륙선의 착륙용 엔진과 자세제어 추력기를 제작·시험하고 추진시스템 전체 조립과 시험까지 맡는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음 과제는 '발사 성공'을 '발사 매출'로 바꾸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을 앞세워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추며 시장 판도를 바꿔놨다. 누리호 역시 앞으로는 성공 여부뿐 아니라 발사 빈도와 비용, 고객 확보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누리호를 몇 번 더 성공시키느냐보다 국내외 위성 사업자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발사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셈이다.
◆KAI, '전투기 회사' 넘어 위성 양산 노린다
KAI는 항공기에서 축적한 설계·제작·시험 역량을 우주로 확장하고 있다.
KAI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과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 차세대중형위성, 국방위성 등의 전장품·플랫폼·체계 개발 경험과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중형위성 사업은 국내 위성산업의 민간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1단계 사업에서 항우연과 공동설계팀을 구성해 1호기를 개발하면서 정부가 보유한 위성 개발 기술을 이전받았고, 2호기는 KAI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민간 중심의 개발·양산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에서는 확보한 표준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임무가 다른 차세대중형위성 3기를 국내 산업체 주도로 개발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달 탐사와 우주과학탐사선, 저궤도 위성망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면 KAI의 위성 제작과 체계종합 역량을 활용할 사업 기회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KAI 역시 숙제는 명확하다.
정부가 주문하는 위성을 잘 만드는 '국가 프로젝트 수행기업'을 넘어 해외 정부와 민간기업이 주문하는 상업위성을 수주해야 한다. 항공 분야에서 FA-50과 KF-21 등을 통해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처럼 우주에서도 수출형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위성 띄운 뒤가 '진짜 돈'
우주산업의 더 큰 시장은 로켓을 발사한 뒤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위성통신과 지구관측, 위치정보, 데이터 분석처럼 위성이 궤도에 머무르는 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통신과 위성 안테나 등 우주통신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왔다. 정부가 2035년까지 독자적인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커졌다.
쎄트렉아이는 지구관측 위성과 위성영상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위성을 직접 제작하는 능력에 영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그룹 차원에서 보면 밸류체인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와 추진시스템을 맡고 한화시스템이 위성통신, 쎄트렉아이가 위성 제작·관측 분야를 담당하는 구조다. '우주로 보내는 사업'에서 '우주에서 정보를 가져와 파는 사업'까지 연결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035년 저궤도 위성통신망 역시 이 같은 국내 기업들에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성을 많이 띄우는 것만으로 산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위성통신 이용료와 지구관측 영상, 위치정보, 기후·재난 데이터 등에서 반복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우주산업의 경쟁력은 '몇 대의 위성을 보유했느냐'보다 '위성 한 대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사주는 우주' 벗어나야 K스페이스 산다
국내 우주산업의 가장 큰 한계는 여전히 정부 수요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발사체를 개발하고 위성을 발주하면 기업이 이를 제작하는 구조가 중심이다. 국가 주도의 초기 시장 형성이 불가피하지만 정부 프로젝트만으로는 글로벌 우주기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민간 우주산업인 '뉴스페이스'의 본질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고객과 시장을 만드는 데 있다.
발사체→위성 제작→위성통신→관측 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에서 민간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정부와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해야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재사용 발사체와 위성 군집을 앞세워 비용을 낮추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기대 높은 원가 구조를 유지한다면 해외시장 진입은 쉽지 않다.
정부가 다섯 번째 SEED를 통해 2030년 달을 바라보는 이유도 단순히 태극기를 달 표면에 올려놓는 데 있지 않다. 달 통신과 수송, 위성망, 우주데이터센터 등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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