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26 부산모빌리티쇼, 화려한 조명 뒤 드러난 '빈자리'…글로벌 모터쇼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2 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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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GM 등 빠진 전시장…더 선명해진 해와 완성차 업계의 계산법
고객 접점 마케팅에 중점…부산모빌리티쇼가 드러낸 달라진 마케팅 공식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지난달 26일부터 7월 5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성황리에 개최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시관 앞에는 관람객들이 몰렸고, BMW와 MINI, BYD 부스도 신차와 전동화 모델을 앞세워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또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완성차로서익숙한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GM, 아우디, 지프 등 주요 해외 완성차 브랜드의 대형 전시관이 보이지 않았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 행사장 모습[사진=메가경제]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표면적으로는 국내 대표 모빌리티 전시회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는 과거의 모터쇼와 달랐다. 

 

한 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공개와 브랜드 경쟁을 벌이던 ‘대형 무대’였다면, 올해 행사는 선택과 집중이 뚜렷한 ‘압축형 전시장’에 가까웠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가 전면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계열 3개 브랜드가 사실상 전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해 관람객의 동선을 이끌었다. 

 

현대차는 신차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을 앞세웠고, 기아는 전동화와 목적기반차량(PBV)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이미지를 강화했다. 제네시스는 고급화와 고성능, 디자인 정체성을 내세우며 별도 브랜드 경험을 강조했다.

 

수입차 진영에서는 BMW와 MINI, BYD 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BYD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략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참가자로 주목받았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BYD의 등장은 단순한 전시 참가를 넘어 국내 완성차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로 읽혔다. BMW와 MINI 역시 전동화 모델과 브랜드 체험 공간을 통해 관람객 접점을 넓혔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더 큰 관전 포인트는 ‘누가 왔느냐’보다 ‘누가 오지 않았느냐’였다. 

 

GM,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지프,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이 불참하면서 부산모빌리티쇼의 무게감은 과거보다 확연히 줄어든 인상을 받았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예전 모터쇼보다 볼거리가 줄었다”는 관람객 반응도 나왔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대형 부스를 차리고 신차 경쟁을 벌이던 과거의 장면은 이제 더 이상 당연한 풍경이 아니게 됐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개별 브랜드의 불참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모터쇼 산업 전체의 구조 변화로 본다. 과거 모터쇼는 신차를 처음 공개하고 언론과 소비자, 딜러, 투자자에게 브랜드 비전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핵심 무대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온라인 공개 행사, 자체 브랜드 이벤트, 팝업 전시, 고객 초청 시승 행사 등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대형 모터쇼의 독점적 지위가 약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터쇼 참가 비용은 브랜드와 전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형 완성차 업체가 제대로 부스를 꾸리면 약 1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며 “최근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비용을 들여 전시장에 나오는 것보다 고객과 직접 만나고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마케팅에 예산을 쓰는 흐름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모터쇼는 더 이상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행사’가 아니라 ‘투자 대비 효과를 따져 선택하는 채널’이 됐다. 

 

수 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대 비용을 투입해 전시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더라도, 실제 차량 판매나 계약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시승 행사나 온라인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성이 높고, 판매 전환 효과도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산모빌리티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주요 모터쇼들도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 전동화 전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확산, 글로벌 경기 둔화, 완성차 업체의 비용 절감 기조가 맞물리면서 전통적인 모터쇼의 역할은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대규모 전시장에서 ‘보여주는 경쟁’보다, 실제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찾아가는 ‘전환형 마케팅’에 더 많은 힘을 싣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터쇼 참가 자체가 브랜드 위상과 직결됐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시승을 유도하고, 계약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 방문객 수가 많더라도 실제 판매와 연결되지 않으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올해 부산모빌리티쇼는 역설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전시장 안에는 현대차그룹과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미래차 경쟁을 펼쳤지만, 전시장 밖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달라진 계산법이 더 크게 읽혔다. 

 

모터쇼가 더 이상 모든 브랜드가 모이는 ‘총집결 무대’가 아니라, 각 기업이 마케팅 효율을 따져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부산모빌리티쇼의 과제도 분명해졌다. 단순히 완성차 브랜드 참가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어렵다.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배터리, 충전 인프라, 로봇, 도심항공교통 등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콘텐츠 경쟁력이 필요해졌다. 관람객에게는 볼거리를, 기업에는 실질적 비즈니스 기회를, 지역에는 산업적 파급효과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 전략도 중요해졌다. 부산은 항만과 물류, 해양 산업, 관광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도시다. 

 

단순 자동차 전시를 넘어 해양 모빌리티, 물류 자동화, 친환경 운송, 스마트시티와 연결된 모빌리티 산업 전시로 확장할 경우 다른 모터쇼와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 이름을 ‘모터쇼’에서 ‘모빌리티쇼’로 바꾼 만큼, 자동차 중심 전시를 넘어 미래 이동 산업 전체를 담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전시장은 여전히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전시 차량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가족 단위 관람객은 전기차와 SUV를 살펴봤다. 자동차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대형 행사의 매력은 아직 남아 있었다. 

 

다만 화려한 조명과 신차 뒤편에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모빌리티쇼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브랜드를 부르는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참가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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