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강화·과의존 우려도 확인…안전장치·거버넌스 구축 필요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정신건강 진료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AI를 치료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정리와 상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망상 강화나 자살·자해 위험 증가 등 부작용 가능성도 확인되면서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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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
11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 311명의 실제 진료 경험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는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시에 환자의 취약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양가적 기술(clinically ambivalent technology)'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 경험과 인식, 도입 과제 등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의사들은 생성형 AI가 환자의 감정 정리, 자기관리, 치료 접근성 향상 등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일부 환자들은 AI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정리하면서 증상 완화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도한 의존이나 부적절한 사용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에서는 생성형 AI가 망상적 사고를 강화하거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일부 사례에서는 자살·자해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환자가 AI의 답변을 의료진의 진단보다 신뢰하면서 치료 순응도와 의사-환자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의사들은 생성형 AI가 정보 제공과 환자 교육, 행정 업무 지원 등에서는 유용하지만 치료 관계 형성과 위기 상황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비언어적 신호와 정서적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사용자의 생각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특성이 오히려 왜곡된 신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진은 생성형 AI의 정신건강 분야 활용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및 책임체계 구축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임상적 검증 및 기술 신뢰성 확보 ▲의료진 교육과 감독 체계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성형 AI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의료 AI보다 더욱 정교한 감독 체계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AI를 인간 치료자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디지털 헬스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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