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안 깨고 빌린 돈 48조원…5060 계약대출 왜 늘었나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0 12:30:34
50대 이상 잔액 32조 8247억원·전체 68.5%…60대 이상 10.2%↑
주요 생보사 평균금리 4%대…가입 상품·시기에 따라 이자 부담 달라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이 대형 보험사 8곳에서 48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50대 이상이 전체 잔액의 68.5%를 차지했고, 60대 이상 대출은 올해 들어 10% 넘게 증가했다. 별도의 신용심사 없이 비교적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상품과 가입 시기에 따라 적용금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이자 부담을 따져봐야 한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삼성·한화·교보생명과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보험사 8곳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7조 91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6조 1186억원보다 1조 7933억원(3.9%) 증가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증가세는 생명보험사가 주도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33조 204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 7523억원(5.6%) 늘었다. 손해보험사 5곳의 잔액은 14조원대를 유지했다. 종신보험 등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은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입한 계약자가 많아 해약환급금을 기반으로 계약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

◊ 50대 이상이 68.5%…60대 대출 10% 넘게 늘어


연령별로 보면 증가세는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졌다. 50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8조 8181억원에서 지난 7월 말 19조 6701억원으로 8520억원(4.5%)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같은 기간 11조 9377억원에서 13조 1546억원으로 1조 2169억원(10.2%) 늘었다. 50대와 60대 이상을 합친 잔액은 32조 8247억원으로 8개 보험사 전체 보험계약대출의 약 68.5%를 차지한다.

반면 20대는 4.6%, 30대는 4.7%, 40대는 1.3% 각각 감소했다. 60대 이상에서만 1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전체 계약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다만 이 같은 통계만으로 50·60대의 가계 사정이 악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장년층은 젊은층보다 보험 가입 기간이 길고 종신보험 등 장기보험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쌓여 있는 해약환급금 자체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대출 증가분이 생활비와 같은 생계자금인지 주식 투자 등 투자자금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연령별 용도 통계도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계약대출이 통상적인 계절적 흐름과 달리 연초부터 증가한 가운데 증시 상승과 공모주 청약 등이 겹쳤다는 점에서 투자자금 수요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 신용심사 없이 빌리지만…금리는 상품마다 달라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계약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일반적인 신용대출처럼 개인의 신용도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대출심사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내 보험에서 빌리는 돈’이라고 해서 반드시 금리가 낮은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기준금리에 보험사가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금리확정형 보험은 가입 당시 정해진 예정이율, 금리연동형 보험은 공시이율 등을 기준으로 한다. 같은 보험사 고객이라도 어떤 상품에 언제 가입했느냐에 따라 실제 적용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과거 높은 예정이율로 판매된 보험은 계약자에게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만큼 이를 담보로 한 보험계약대출의 기준금리도 높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과거 예정이율이 6~8%에 달했던 고금리 보험계약은 이런 구조 때문에 계약대출 금리 역시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보험계약대출 금리가 같은 시점에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금리확정형은 계약 당시 예정이율이 기준이고, 금리연동형은 공시이율 등 상품별 기준금리가 변하면 대출금리도 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시중금리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보험계약대출 금리를 판단하기보다 해당 계약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확인해야 한다.

◊ 주요 생보사 평균금리 4.33%…회사 안에서도 제각각


실제 주요 보험사의 금리연동형 계약대출 평균금리는 4% 안팎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삼성·교보·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 5곳의 금리연동형 보험계약대출 평균금리는 4.33%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4.48%, 교보생명 4.47%, 신한라이프 4.29%, 한화생명 4.26%, NH농협생명 4.14% 순이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의 평균은 3.96%였다. 삼성화재가 4.22%였고 메리츠화재 4.07%, DB손해보험 3.94%, KB손해보험 3.84%, 현대해상 3.73% 등이었다.

이 수치는 회사별 금리연동형 보험계약대출의 평균치로 개별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금리는 아니다. 상품과 가입 시점 등에 따라 실제 대출금리에는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컨대 KB손해보험은 보험계약대출 금리를 연 3.10~9.00% 범위로 안내하고 있다. 최고금리가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도 개별 보험상품의 기준금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금리 차이는 대출금액이 커질수록 체감 부담도 커진다. 3000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적용금리가 연 4%일 경우 단순 계산한 연간 이자는 약 120만원이다. 연 5%라면 약 150만원으로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0만원 늘어난다.

◊ 보험 유지할 수 있지만…대출 원리금은 결국 갚아야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상환할 수 있어 단기간 자금이 필요한 계약자가 활용하기에도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그러나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보험에 쌓인 돈과 대출금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지급해야 할 때 상환하지 않은 보험계약대출 원금과 이자가 있다면 지급금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감될 수 있다.

대출 원리금이 계속 불어나 해약환급금 등 보험사가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보험계약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장기간 대출을 이용할 경우 약관상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계약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사의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계약대출 한도를 조정하도록 주문했고 일부 보험사는 실제 대출 가능 한도를 낮췄다.

보험계약대출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계약대출의 기본 가산금리에 별도의 우대금리를 신설해 고령자와 과거 고금리 보험상품 가입자 등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적용 대상과 할인폭 등은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보험계약대출 이용자는 대출을 실행하기 전 자신의 실제 적용금리를 확인하고 은행 신용대출 등 이용 가능한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신용심사가 없다는 편의성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대출 기간과 상환 계획까지 감안해야 한다.

향후 관건은 50·60대의 계약대출 증가가 일시적인 자금 수요에 그칠지, 중장년층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장기화할지다. 특히 60대 이상 잔액이 불과 7개월 만에 10% 넘게 증가한 만큼 보험계약대출 증가세와 실제 적용금리, 중장년층의 이용 흐름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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