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동맹에 삼성전자 '시큰둥', LG전자 '흥분' 이유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2-29 13: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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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한계 보인 LG전자, 콘텐츠로 메타와 미래성장 도모 가능
삼성전자, 4차산업 종합기술 보유,메타와 협업 '득 보다 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한국 방문은 메타, 삼성전자, LG전자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제시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게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반 엔비디아 동맹', LG전자에게는 반 애플 동맹 결성 가능성을 타진해 주목 포인트로 떠올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어딘가 시큰둥한 반면, LG전자는 들뜬 모습을 보이는 등 이를 대하는 양사의 온도차는 분명하다. 


29일 재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약 9년 4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8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등 미래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예의 차원을 넘어, 메타, 삼성전자, LG전자 간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제시하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LG전자에 '반 애플 동맹', 삼성전자에 '반 엔비디아 동맹'을 사실상 제시했다는 점이 이번 만남의 핵심으로 꼽힌다. 메타가 꾀하는 ‘AI + 메타버스’ 시대 주도를 삼성·LG와의 협력을 통해 얻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 애플 맞서기 LG, 메타와 '불꽃놀이' 준비?


저커버그 CEO는 28일 낮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 등과 ‘비빔밥 오찬’을 함께 하며 차세대 XR 디바이스 협업 방향과 AI 개발을 둘러싼 미래 협업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 등이 논의됐다. XR은 현재 컨텐츠 부족으로 별다른 붐을 일으키지는 못하지만 향후 스마트폰 위치로 올라설 것이 확실한 기기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XR 시장은 2022년 293억달러에서 2026년 1천억달러로 연 평균 3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 LG전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메타를 만나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 [사진=LG전자]


애플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엄청난 가격(약 462만원) 대비 성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이나 패스스루 기능, 비디오 품질, 제스처(핀치) 등 성능은 메타 퀘스트3보다 위로 알려졌다. 단 시야각은 메타 퀘스트3가 더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이날 조주완 CEO는 메타의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 보고, 메타가 선보인 다양한 선행기술 시연을 관심 있게 살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HE사업본부 산하에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고 XR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CEO는 앞서 올해 초 'CES 2024'에서 "파트너십을 통해 XR 사업에 대한 기회를 확보하고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조 CEO는 또한 메타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AI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온디바이스(On-Device) AI 관점에서 양사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논의했다.

한편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 프로에는 LG이노텍의 센싱 모듈과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외부 화면에 탑재됐다.

◆ 메타, 엔비디아 견제 모색? 삼성 홀로 '침묵'

당일 저커버그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다. LG전자와는 달리 배우자인 프리실라 챈 챈-저커버그 여사도 동석했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는 하버드 동문이다. 비즈니스 관행에 있어 일반적으로 점심 보다 저녁 약속을 더 중히 여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저커버그 CEO의 방문을 곧바로 배포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린 LG전자와는 달리 그 어떤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물론 배포자료도 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타는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3'를 개발하면서 생성형 AI 생태계를 주도하려고 한다"며 "이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을 삼성전자에 제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메타는 자체 개발한 AI 추론용 칩 '아르테미스'를 연내 자사 데이터센터에 탑재한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이를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 370억 달러(약 49조원) 설비투자(CAPEX)를 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 의존을 탈피하고 비용도 절감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배경이다. 정작 삼성전자는 메타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메가경제에 "승지원에서 (이재용 회장이) 저커버그 CEO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고 전하는 한편 그 이상의 설명은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LG전자의 '흥분'과는 달리 삼성전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양사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메타와의 독점 협업, LG전자 '꿀떡' VS 삼성전자 '쓴 약' 될 수도


LG전자는 TV 사업을 통해 축적한 콘텐츠·서비스, 플랫폼 역량에 메타의 플랫폼·생태계가 결합되면 XR 신사업에 있어 차별화된 통합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CEO는 이날 저커버그 CEO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협업해온 MR 디바이스, 메타의 초대형 언어모델 ‘라마’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2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메타와의 협업에 기꺼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형세 사장도 “가상현실(VR)에 미디어 콘텐츠를 어떻게 넣어서 구현할지 이야기를 나눴다”며 메타와의 협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LG전자가 2억 대 이상 TV를 팔아 (콘텐트) 모수가 크고 3500개 이상 콘텐트 업체와 함께 일한다는 것에 저커버그가 새삼 놀랐고, 콘텐츠 협업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메타는 2016년부터 MR 기기를 출시했지만 즐길 만한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LG전자는 2014년부터 스마트TV 플랫폼인 웹 OS를 육성해 콘텐츠 사업을 TV 부문의 새 먹거리로 육성해왔다. LG전자는 메타와의 협업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삼성전자는 메타의 방문에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하는 모습이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강자이자 슈퍼 을인 삼성전자의 입장은 대체 가능한 가전기기 등 일부 기술이 주력인 LG전자와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메타와 협력할 이유는 부족하다.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의 중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초 엔비디아에 HBM3(고대역폭 메모리)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래 성장을 위해 LG전자가 메타를 더 필요로하는 것과는 달리, 메타로서는 AI 생태계 필수 전략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간절하다.

메타는 현재 XR 기기 개발에 있어 엔비디아의 GPU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독점적인 시장 지위는 메타에게 높은 부품 비용을 강요한다. 이는 메타의 XR 기기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엔비디아의 기술 로드맵에 따라 메타의 XR 기기 개발 속도가 제약될 수 있으며, 자체 기술 개발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진다.

엔비디아의 생산 능력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불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메타의 XR 사업 운영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메타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함으로써 부품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XR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삼성전자는 메타를 엔비디아 등 다른 고객사들과 동등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전분야에 걸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자사 AI 반도체를 내세워 삼성을 정점으로한 새로운 XR 생태계 조성 가능성을 타진하는게 유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저커버그 CEO는 29일 인도로 향하는데, 인도 억만장자 암바니 무케시의 막내아들 결혼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외신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도 초청객 명단에 있는 만큼 저커버그가 인도에서 이 회장과 AI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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