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성별·연령·호르몬 고려해야"…새 가이드라인 요구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남성에게 흔한 질환'으로 여겨졌던 소화성궤양의 위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령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와 약물 복용 증가가 겹치면서 출혈과 천공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성별과 생애주기를 반영한 새로운 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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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김병욱 가톨릭의대 교수,방창석 한림대의대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김병욱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회장(가톨릭의대), 방창석 한림대의대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소화성궤양 관련 연구 68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소화성궤양은 위나 십이지장 점막이 손상돼 깊은 상처가 생기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출혈이나 천공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은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두 배 많은 질환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격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과거 약 2대 1 수준이던 남녀 환자 비율은 최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좁혀졌다. 국내 일부 자료에서는 80세 이상 여성의 출혈성 소화성궤양 발생률이 같은 연령대 남성을 웃도는 사례도 확인됐다.
중증 환자의 예후에서는 여성이 더 취약했다. 전국 단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출혈성 소화성궤양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여성 3.20%, 남성 1.83%로 집계됐으며, 천공성 소화성궤양의 경우 여성 10.03%, 남성 2.03%로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감소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에스트로겐은 위와 십이지장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 이후 분비량이 줄면서 점막 방어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조기 폐경 여성은 같은 연령대 폐경 전 여성보다 소화성궤양 위험이 약 38%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 여성의 약물 사용 증가도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관절질환 등으로 소염진통제(NSAIDs)를 장기간 복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위장 점막 손상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소염진통제 사용자의 약 75%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와 위산분비억제제(PPI),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등 다양한 치료 과정에서도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주요 국제 진료지침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소화성궤양과 상부위장관 출혈 관련 국제 진료지침 13종을 비교한 결과, 폐경 여부나 호르몬 상태를 공식 위험평가 항목에 포함한 지침은 없었다. 대부분 고령, 궤양 병력, 소염진통제 및 항혈전제 사용 여부만을 주요 위험인자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소화성궤양 위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기존 진료지침의 한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성별과 생애주기를 중요한 위험 변수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소화성궤양 위험은 성별뿐 아니라 폐경 여부와 약물 사용, 고령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진료지침도 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고령 여성은 위장 보호 전략과 약물 반응을 함께 고려한 맞춤형 위험평가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성차기반 소화기계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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