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60가 '프리미엄' 전기차 느낌이 안 나는 이유는?

김형규 / 기사승인 : 2021-08-28 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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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60, 벤츠 EQS 등 고급 전기차 디자인 '낯설다'
전기차 전환 과도기, 아직 내연기관차 형태에 익숙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대중화를 넘어 고급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모델이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논란을 겪고 있다.

여전히 대중의 뇌리에 박혀있는 프리미엄 차의 전형은 내연기관 모델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대중이 프리미엄 전기차로 여기는 차량과 그렇지 못한 모델의 차이의 핵심이 익숙함에 있다는 것.

대중의 마음에 프리미엄 전기차의 디자인이 고급 내연기관차와 닮아있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남아있는 것이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메르세데스 벤츠 EQS

 

최근 디자인이 공개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함급 전기차 EQS는 모두 공개 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모델과 브랜드의 포지션이 프리미엄 차량인 만큼 소비자가 기대했던 고급스러운 외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주를 이룬 양상이다.

GV60은 호평받던 기존 제네시스의 패밀리룩과 동떨어져 보이는 디자인이 생소하다는 평가다. EQS는 ‘2020 EQS비전’ 콘셉트카에서 약간 수정된 비율이 S클래스 같은 기함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다.

현대 산업디자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고 말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내연기관차 역시 기능에 따라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한 ‘FR방식(전면엔진‧후륜구동)’ 차량의 경우, 엔진 위치가 차량 전면 중앙에 있어 냉각을 위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앞에 자리 잡았고, 헤드라이트는 그 양옆에 위치하게 됐다.

초기 자동차에는 따로 짐칸이 없었다. '트렁크'라고 불리는 큰 짐가방을 차량 후면에 끈으로 묶어 달고 다니던 위치가 점차 차량의 자체적인 짐칸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엔진룸, 캐빈(탑승부), 트렁크 등으로 구분하는 ‘3박스’ 형식을 갖추게 됐다.

어느 시대든 고급차의 첫 기준은 성능이다. 대중은 성능 좋은 차가 갖췄던 형태를 고급차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지금이야 과급기 사용과 엔진 효율의 발달로 부피를 많이 줄였지만, 과거의 엔진은 실린더가 많고 크기가 클수록 성능이 좋았다.

즉, 고성능 차량은 큰 엔진을 수납하기 위해 엔진룸 공간이 길어지게 됐다. 냉각을 수월하게 하려면 바람이 유입되는 라디에이터 그릴도 최대한 넓게 만들어야 했다.

RR(후면엔진‧후륜구동), MR(중앙엔진‧후륜구동) 방식이 등장하기 이전의 고성능 차량은 대부분 차량의 보닛이 길고 트렁크는 짧은 이른바 '롱노즈 숏데크' 비율을 갖게 됐다


 

▲ 1920년대 후반 부가티 타입44 [부가티 홈페이지 캡처]

 

100년이 넘는 내연기관 자동차 역사를 거치면서, 기능을 충실하게 반영한 디자인이 대중에게 익숙해진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고급차라고 했을 때 보닛이 길고 늘씬하게 빠진 대형 세단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그 기능과 구조가 내연기관 차량과 다르다. 차량 하부 구동축에 전기 모터가 위치해 엔진룸이 따로 없다. 배터리도 모두 바닥에 깔리게 돼 차량 구동과 관련된 모든 기능이 차체 하부에 모여있다.

엔진이 탑재되지 않으니 차량 전면부 공간이 길어질 필요가 없다. 열기를 식힐 엔진이 없어 전면부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지 않아도 된다.

전기차의 기능과 구조는 기존 차량 형태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기존 경제성을 강조한 일반 전기차들은 공간 효율성과 첨단 편의 장치 정도로 충분한 경쟁력을 얻어왔다.

하지만 고급차 시장의 경쟁력은 경제성이나 새로움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 고급차의 전형으로 익숙해진 디자인 요소는 곧 '품위'라는 감성의 영역에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 전기차를 표방한 모델들이 굳이 프리미엄 내연기관 차량의 긴 엔진룸과 라디에이터 그릴 형태를 모방한 경우가 많은 이유도 기존 고급차 모델의 전형에 기댔기 때문이다.

그저 모양만 내기 위해 길어진 보닛 밑 공간을 낭비하기 아까워 별도 트렁크를 작게 만들기도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모방한 전면부에는 각종 센서가 자리 잡는다. 앞서 언급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철학에서 거꾸로 '기능이 형태를 따르게 된' 방식인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이 좋은 프리미엄 전기차는 이 같은 내연기관 고성능차의 비율과 형태를 노골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가장 선배 격인 테슬라 모델 S는 전면 그릴 위치가 매끈하게 막혀 있다는 점을 뺀 나머지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같이 길고 늘씬한 전면부와 낮고 넓은 차체를 이루고 있다.

모델 S를 디자인한 헨릭 피스커가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 애스턴마틴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테슬라 모델 S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아우디 E트론 시리즈 역시 자사 내연기관 차량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율로 디자인해 기존 고객의 위화감을 줄였다.

E트론의 고성능모델 E트론GT와 형제 모델인 포르쉐 타이칸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이칸은 세단이지만 오히려 자사의 대표 고성능 모델인 911보다 더 낮고 긴 전면부로 정통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 포르쉐 타이칸 [사진=연합뉴스]

 

제네시스 G80전동화모델은 아직 제네시스가 전기차전용플랫폼 E-GMP 적용 모델을 출시하기 전 가지치기 모델이라 어쩔 수 없이 기존 G80의 차체 그대로 전동화해 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기존 G80의 검증된 내연기관 고급세단 디자인 그대로 전기차의 이점까지 즐길 수 있게 된 덕에 시장 반응이 좋은 편이다.

배터리 적재 때문에 차량 하부가 살짝 높아진 점이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시각적으로 비율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향후 10년 이내 전기차가 일상이 된다면 전기차만의 기능을 따른 형태가 우리에게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아직 대중에게는 어색한 혁신에 지갑을 열기보다 익숙한 프리미엄에 끌리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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