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3만원 받고, 반려견 풀파티 개최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지역에 선포된 상황에서도 일부 대형 호텔이 수영장을 이용한 반려견 풀파티를 강행해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은 지난달 31일 예정대로 ‘댕댕이 풀파티’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강릉을 방문해 가뭄 재난사태 선포를 지시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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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이 극심한 가뭄에도 댕댕이 풀파티를 강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 |
이 행사는 반려견 동반 수영장 파티로, 1인당 입장료 3만원을 받고 반려견 3마리까지 동반 가능한 유료 행사다. 호텔 측은 수영장에 깨끗한 물을 채워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반면 최근 개관한 신라모노그램 강릉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재난 상황에 맞춰 당분간 인피니티풀, 사우나 등 물 사용 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수영장 패키지 예약 고객들에게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 전액 환불을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강릉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31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9%로, 전날 15.3%에서 0.4%포인트 떨어졌다.
오봉저수지뿐 아니라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는 영동 일대 저수지 곳곳마다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은 평년 대비 저수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향호저수지 저수율은 16.7%, 미로저수지 18.8%, 현남저수지 23.1%, 사천저수지 23.7%, 동막저수지 28.3%, 신왕저수지 25.1%로 30%를 넘지 못한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저수율 15% 선이 무너지면서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급수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앞서 시는 저수율이 25% 이하로 떨어진 지난 20일부터 아파트를 비롯해 5만 3485가구의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급수로 절수 조치를 시행해 왔다.
'3일 공급·7일 제한' 방식으로 이뤄졌던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전날부터 중단됐다. 23~29일 공급 제한 기간이 끝난 지난 30일 공급이 재개돼야 했지만, 저수율이 15% 가까이 떨어지자 농업용수를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재난 상황에서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 상업적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적절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강릉시민은 "우리는 양치할 때도 물을 아껴 쓰고 있는데, 호텔에서는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워 개들 놀이터로 쓰고 있다"며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게 맞나 싶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재난지역 선포까지 된 상황에서 돈벌이를 위해 물을 펑펑 쓰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힌다"며 "사회적 책임감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재난 상황에서는 기존 예약이 있더라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절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데, 이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재난 상황에서 호텔은 단기 수익보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세인트존스 호텔의 이번 영업행위는 브랜드 신뢰도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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