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조각 투자 부작용과 코로나19로 실적 개선 못해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글로벌 티 음료 전문 브랜드인 공차코리아를 이끌었던 이봉진 대표가 최근 사임한 것으로 메가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로써 이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대표직에 오른 후 1년 만에 물러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의 사임을 두고 최근 브랜드 정체성과 무관한 사업을 진행하는 무리한 혁신이 독이 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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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진 전 공차코리아 대표 [사진=공차코리아] |
9일 메가경제가 공차코리아에 확인한 결과 이봉진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달 사임했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세한 사임 이유에 대해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현재 임시 대표가 임명된 상태로 후임자 선정과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차코리아의 임시 대표직에는 박재홍 공차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박 CFO에 대해 "글로벌 기업과 식음료 업계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자라리테일코리아 대표를 15년간 역임했었다. 그는 스페인계 글로벌 기업 인디텍스의 SPA 브랜드 '자라'를 국내에 안착시킨 경영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지난해 5월 그가 공차코리아 대표에 선임될 당시만 해도 김의열 전 공차코리아 대표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란 기대를 받았었다. 전임자인 김 전 대표는 국내 공차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달 이 전 대표가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그의 1년간 경영 행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카페‧식음료 사업 특성상 공차코리아는 코로나19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193억원으로 펜데믹이 시작된 전년도 이후 약 29%나 급감했다.
이같이 실적 개선이 절실한 시기 선임된 이 전 대표가 기대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이끈 지난해 공차코리아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오히려 약 13% 감소한 167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만 법인 공차인터내셔널의 매출이 13%가량 감소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공차코리아의 연결 실적은 대만과 일본 자회사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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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차의 로고와 브랜드 슬로건 [이미지=공차코리아 홈페이지] |
특히 그가 사임 직전까지 진행했던 부동산 조각 투자 사업 등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 사업은 또한 차(茶) 중심의 음료 프랜차이즈라는 브랜드 정체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업계로부터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3월 공차코리아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소유는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5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이다.
해당 업무협약으로 공차 입점 건물의 가치와 효용성을 높이고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게 당시 공차코리아가 밝힌 취지였다. 조각 투자가 2030 세대 사이 주식과 가상자산을 대체할만한 미래 시장으로 주목받은 만큼 혁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조각 투자는 투자자 보호 관련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시장이다. 소액 거래 특성상 단기 매매가 가능한 이점이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더해 부동산 조각 투자는 '공들여 더하는 행복'이라는 공차의 브랜드 슬로건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업계 반응이 다수였다. 이 때부터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무리하고 과조한 혁신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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