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총량규제 잡힌 이유가 배경
정부 가계대출 정책 모순 '엇박자' 비판
"정책 대출 패러다임 바뀌는 대안 필요"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대표적인 서민대출로 꼽히는 디딤돌 대출 축소를 둘러싼 은행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규제안에 따라 축소 방침을 내놨지만 정책 관련 거센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시 취급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현장에서는 묵시적으로 신규 고객을 거부하고 있어 고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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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의 영업현장내에선 디딤돌 대출 신규 취급에 대해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메가경제 편집] |
29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결과에 따르면 디딤돌 대출 등 정책 대출이 다시 본격화됐지만 일선 현장에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 영업현장 내에서는 마치 묵시적 합의를 한 것처럼 즉시민원에 해당되지 않도록 다양한 거절사유를 찾아 고객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모습은 9월부터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 내부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장 창구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직원들의 멘트는 "디딤돌 대출 한도가 다 돼서 어렵다"와 "가까운 주거래은행에서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식의 말로 우회적으로 둘러대 고객 상담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몇 달 전부터 가계대출 한도 관리한다고 매주 각 지점에 나갈 금액(정책대출에 한해서)을 보고 하라는 지시도 내려진 상태다.
익명의 시증은행 한 직원은 "예를 들어, 고객이 디딤돌 대출 상담을 하면, 차주 조건을 물어보고 대출이 안 되는 부분을 찿는다"라며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은행은 대출 관련 재원이 한정돼 있고 서민대출이 기타대출 가계대출 총량으로 들어가니 수익이 안 되는 대출은 빼야 되는 상황이 생겨 서민대출이 소외가 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현장에서 디딤돌 대출을 꺼리는 배경으로 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이 주택가액 5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의 최대 70%(생애최초구입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통상 디딤돌 대출을 신청해야 하는 경우 고객이 계약금을 먼저 5%를 내야 하는 구조다. 그 이후 대출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디딤돌 대출의 심사하기 까지 기간은 보통 30일이 걸린다. 고객들은 입주 계약하기 전 적어도 두 달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즉 정책대출 관련 신규대출을 받으면 가계대출 총량 기한이 이달 말까지 잡히므로, 은행들 입장에선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이 내려온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8월부터 정부는 정책대출이 꾸준히 증가하자 은행들을 대상으로 규제 압박을 준 바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 규제 압박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에 총량규제에 잡힐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5대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디딤돌 대출은 정부 지원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가구 무주택 서민이 5억 원 이하 가격의 주택을 구매할 때 이용하는 정책대출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디딤돌 대출 취급을 제한할 예정이었다. 정부와 은행들이 디딤돌 대출 관련 오락가락 정책을 펼칠 동안 고객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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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른 규제압박이 커지면서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 지시도 내렸지만, 거센반발이 이어지면서 다시 재개했다. [사진=연합뉴스] |
실례로 11월 결혼이 예정돼 있는 A씨는 "은행들이 겉으로는 디디돌 대출 취급 정상화에 나섰다고 했지만, 뒤로는 신규대출을 거절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디딤돌 대출을 받으려니 대출 제한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당장 1000만 원이든 3000만원이든 절실히 필요한 데,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게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객과 은행들 간 혼란 속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에 대한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는 '유예 기간을 두겠다'라는 방침과 조만간 '맞춤형 개선 방안'을 내놓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의구심을 표한다.
은행들은 "일부 현장 지점에서 실수요자에 한해 거절하고 있는 분위기는 사실이지만, 무조건 디딤돌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 위해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하라는 데로 했을 뿐이고, 실수요자 맞춤 정책에 대한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인 상황이라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 내에서 가계대출을 옥죄려는 정책이 오히려 모순되는 모습을 낳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책 대출 정책 관련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은행들이 아무래도 주택기금을 받아서 집행하는 기관이다 보니 정부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기금을 은행들에게 빌려줘 수탁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 아닌 정부가 대신 보증기금 역할을 맡아 대출을 해주는 기능으로 바꾸는 식의 패러다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디딤돌 대출은(주택매입) 실수요자 위주 무주택자 대상으로 받는 대출이기 때문에 유지할 필요가 있고, 무주택자 대상 한도가 큰 보금자리론(소유자 있는 대상)의 경우엔 규제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디딤돌 대출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면 1년 이상 유예기간을 두고, 시범 해당기간 동안 가동한 다음 1년 후에 정책을 다시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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