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차주 11만명↑...고금리·고물가
부동산 가격 하락하면 잃어버린 10년 우려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가운데 서민들의 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대출이 약 4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내수침체 여파에 생활비가 부족한 경제 취약층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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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하는 부동산과 내수침체' AI 이미지 생성.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bing 제작] |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카드 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카드 대출 규모(전업 카드사 8곳 합산)는 44조665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연체 규모 역시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카드 대출 연체금액은 1조3720억원이며 연체율은 3.1%로 나타났다. 이는 금감원 집계 이후 3번째로 높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돈을 더 빌릴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다 이자율도 높아 주로 자영업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찾는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과 제2금융권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경제 취약층이 카드 대출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카드 대출의 연체 지표가 내수경기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꼽힌다는 것이다.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김한진 3PROTV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카드대출 규모와 관련해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침체 기간이 길어질 거라고 진단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상은 청년 실업자의 증가에 따른다. 전체 실업률은 낮지만 고용의 질이 나쁜 것이 현실”이라며 “세대를 불문하고 구직 단념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수진작을 바라는 것은 사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1~5월 월평균 청년층 구직 단념자는 12만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8525명)보다 약 1만1000여명 늘었다. 전체 구직 단념자(38만7000명)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였다.
내수침체 결과로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 절차를 밟는 차주들도 올 들어 1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채무조정 증가세가 눈에 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 자료’룰 보면 지난 8월말 기준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는 1만7128명으로 전체의 14.8%에 달했다.
청년층에 비해 재취업 등을 총한 재기가 어려운 고령층의 경제적 취약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셈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청년 실업자 증가와는 별개로 부동산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재, 부동산 가격 하락은 거시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인구 변화와 ‘영끌’ 광풍으로 추가적으로 가격을 받쳐주는 세력이 없기에 3~4년 후에는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이 빠져나갈 공간을 주지 못했기에 전체 시장과 경기에 경색을 일으키고 있다. 계속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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