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공정위 논리에 문제, 담합아냐"반박
11월 20일 2차 전원회의, '제재 결론 여부 촉각’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혐의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진실공방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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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4대 은행들이 정보 공유를 통해 LTV를 비슷한 수준으로 낮게 책정하면서 전체적으로 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금융소비자는 보수적인 LTV 산정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신용대출 등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논란에서 시작돼 공정위는 관련 조사를 마치고 최종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공정위원장, 부위원장과 위원 전원 참여 회의)를 열었다.
14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4대 은행 'LTV 담합 혐의와 관련 1차 전원회의를 열고, 은행들의 LTV 자료를 공유 방식을 점검했다.
당일 현장에서는 공정위 조사관을 비롯 각 은행들의 법률대리인 및 전문 참고인 학계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각 입장과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심사관들은 은행들의 LTV비율 관련 단순한 정보공유가 아닌 장기적인 영업 관행 요인에 포함돼 있어 이는 ‘부당이득’이라 주장했다.
공정위는 심사관들은 "4대 은행은 지난 2020~2022년까지 민감한 정보인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여 대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그 정보를 활용해 LTV를 하향 조정 동조화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또 "중소기업을 포함한 금융 소비자는 적시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고 더 높은 대출 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금융 소비자 후생을 낮춘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LTV 정보 교환을 통해 4대 은행이 담보대출물량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신용대출물량을 확대하려 했다고 의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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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4대 은행들, [사진=연합뉴스] |
이에 대해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4대 은행은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드 카피 형태로 LTV 정보를 교환했고, LTV 정보 교환이 담합에 해당할 수 있어 공식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지 못한 것"이라며 "직원들은 2만개가 넘는 타행 LTV 정보를 받아 일일이 손으로 입력한 다음 LTV 비율 조정에 활용했다"고 공정위 주장에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들 은행은 공정위 심사관들의 조사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시장 논리에 맞춰 관념적인 주장을 할 뿐 구체적 입증을 하지 못 하고 있다"라며 "4대 은행이 LTV를 조정한 시기가 모두 다를 뿐더러 추세도 각자 다르다. LTV 정보가 교환됐는데도 LTV 비율이 늘어난 경우도 있는데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이건 어떻게 설명 가능할 거냐"며 반박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대출대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라는 공정위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공정위 담합 조사 부분에서 은행들의 LTV 정보 교환 있었던 시기와 없었던 시기를 비교 분석하지 않은 점과, 한국은행 대출 금리 같은 외부 요인도 제거하지 않은 점, 공정위가 내세우는 경쟁 제한 효과 근거가 부족한 점을 내세웠다.
은행들은 "공정위는 LTV 정보 교환을 통해 4대 은행이 담보대출물량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신용대출물량을 확대하려 했다고 의심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나다"라며 "타행 LTV 정보는 참고 용도일 뿐. 은행들은 담보인정비율 자체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은 "4대 은행 LTV 비율이 지방은행이나 외국계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보수적 리스크 관리 때문"이라며 "수평적으로 비교할 사항이 아니다. 대출 건전성을 유지한 것이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도 잘못된 판단"이라 덧붙여 강조했다.
한편, 다음 2차 전원회의는 오는전원 20일 진행된다. 전원회의 결론을 끝으로 공정위의 징계 수위가 이르면 12월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담합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막판까지 법리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각 은행들은 앞서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직후부터 대형 로펌을 선정하고 소명에 나선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이후 공정위 보고서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7차례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들이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아 공정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는 '부당 공동행위(담합)'에 해당한다. 이번 4대 은행 LTV 담합 혐의는 사업자 간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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