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해당 조치 관련 선제적 사례 부각해 발표 제의
신한, 하나, 우리 등 은행도 잇따라 발표...총량한도 축소
일각서 “금융당국 뒷북방안 비판...탄력 제도 논의 필요”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 자체적으로 억제방안 관련 대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이 강해졌다. 이에 각 은행들은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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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월 단위로 대출 취급 총량을 제한하는 등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먼저,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안에서만 취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선제적인 DSR 관리대책의 일환으로 다주택자 주택구입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타행대환용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규취급을 제한하는 선제조치를 내놨다. 오는 29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서울·수도권 주택구입자금대출의 최장기간도 30년으로 축소하는 등의 방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수도권 소재 주택담보대출 최장대출기간은 30년으로 줄이고 거치기간을 폐지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하고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취급도 중단했다.
농경지, 과수원 등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을 금지하고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도 제한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주택 처분 조건 등이 해당한다. 또 신탁등기 물건지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대출의 취급도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를 적용한다. 국민·신한은행과 같이 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도 끝낸다.
하나은행도 다음 달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한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지역별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지역별로는 ▲서울 5500만원 ▲ 경기도 4800만원 ▲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 기타 지역 2500만원씩이다.
이밖에도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연간 1억원으로 제한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됨에 따라 대출 관리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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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
금감원은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늘면서 사실상 총량관리에 나섰다. 금감원은 그간 은행들에게 ‘이자장사’라며 행태를 비판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대출금리 인상을 질타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인상 관련 책임론은 부각됐다.
이에 은행권은 26일 은행연합회와 가계대출 금리 억제방안 대책을 논의했다. 은행연은 “대출금리 등 가격중심의 대응보다는 은행별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연은 그러면서 “공급되는 자금이 실수요와 무관한 갭 투자 등 투기수요 및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각 은행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까지 은행들이 내놓은 조치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중단, 주담대 한도?만기축소, 대환대출 중단, 마이너스 통장 한도 제한 등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을 축소하겠다는 말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다는 뜻”이라며 “금감원의 조치는 갭투자 등 실소유자 외 초과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한도 축소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결국 은행권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결국 은행별 한도를 일일이 찾아봐야하는 실소유자의 부담만 커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돌연 연기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방치하다 뒤늦게 ‘뒷북’을 치며 은행권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관리 금리를 통해 가계 빚 폭증을 부추긴 정부가 이제 와서 은행 탓에 몰두하겠다는 모습은 뒷북치기에 불과하다”며 “탄력적인 제도논의가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재무건전성 및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보호 문제 등도 우려되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규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내비치며 은행권 후속 조치 방향 쪽으로 몰고 있는 모양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27일 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 관리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계획한 연간 증가 예정액의 106.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증가 예정액이 1000억원이었다면 이미 1061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은행들은 기존 계획의 1.4배 수준의 가계대출을 내주게 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대출 비율은 더 높았다. 4대 은행의 초과 비율은 150.3%로 집계됐다. 연간 환산으로는 200.4%에 달한다. A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순증액을 2000억원으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선 8000억원을 실행했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은행별 경영계획 수립·관리 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주요 감독당국의 필요시 시스템 리스크가 큰 금융회사(부문)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상시적인 지도·감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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