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8% 증가에 수입은 18.6%나 늘어…반도체 수출 두달 연속 감소
4개월째 수출 증가율 한 자릿수…대중 수출 감소세 4개월째 지속
반도체 수출 5.7%↓ 철강은 21.1%↓…에너지 수입액 81% 급증
적자 폭은 전월 대비 60% 축소…대중 무역수지 5개월만에 흑자
9월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개월만에 가장 긴 적자 기록이다.
거듭된 적자 행진은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데 반해 고공행진 중인 국제 에너지 가격의 여파로 수입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적자 규모는 8월에 비해 60%가량 줄었고, 대(對)중국 무역수지도 5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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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이후 월별 수출입 증감률. [산업부 제공] |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통계(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 늘어난 574억6천만 달러였고, 수입은 18.6% 증가한 612억3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37억7천 만달러(약 5조42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이어졌다. 6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 이후 무려 25년 넘게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다만 9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8월(94억9천만 달러)보다는 57억2천만 달러(60.3%) 축소됐다. 수출 규모는 전월과 유사했으나 원유, 석탄, 정밀화학원료 등의 수입액이 전월 대비 줄면서 한 달 전에 비해 거의 3분의 2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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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무역수지 및 주요 국가별 무역수지. [산업부 제공] |
대중 무역수지는 수출이 6억9천만 달러 많아 4월(6억2천만 달러 흑자) 이후 5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8월 적자는 3억7천만 달러였다.
올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288억8천만 달러에 달한다.
1∼9월 누적 수출액은 5249억 달러로 연도별로 올해가 역대 최대 규모지만, 같은 기간 누적 수입액이 5538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300억 달러에 육박한 상황이다.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206억 달러)보다도 약 82억달러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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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이후 월별 수지. [산업부 제공] |
무역수지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수출 성장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전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세로 전체 수입액이 이를 크게 앞지르면서 발생하고 있어 적자 흐름이 좀처럼 끊길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9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79억6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81.2%(80억달러)나 증가했다. 올해 누적 수입액은 1431억3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간 대비 무려 670억 달러나 급증했다.
국제 정세 변화로 3대 에너지원의 고공행진이 멈추고 안정을 되찾지 않는다면 당분간 무역수지에 들어온 적색등이 꺼지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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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무역수지 추이. [산업부 제공] |
무역 적자는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8월까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1~8월 누적 적자는 12조2조엔(약 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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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 잠정치). [산업부 제공] |
우리나라 9월 수출액(574억6천만 달러)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9월(559억1천만 달러)을 웃도는 최고치였다.
올해 들어 1~9월 누적 수출액(5249억 달러)도 전년 대비 572억 달러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세계경기 둔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월별 수출액은 2020년 11월 이후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고, 작년 3월 이후 19개월째 해당 월의 역대 1위 수출액도 기록했다. 23개월 연속 수출 증가는 역대 3번째 최장 기간이다.
문제는 성장세 둔화 양상이다. 그간 두 자릿수를 유지해오던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부터는 넉 달째(5.3%→8.7%→6.6%→2.8%) 한 자릿수에 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세계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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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부 제공] |
품목별로는 15대 주요품목 중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등 5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반면,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무선통신 등 10개 품목의 수출은 감소했다.
석유제품(+52.7%)과 자동차(+34.7%)는 9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보였으며, 이차전지(+30.4%)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선박(+15.5%)과 차부품(+8.7%) 수출도 함께 늘었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약세로 반도체(-5.7%)를 비롯해 무선통신(-7.0%)과 석유화학(-15.1%) 등의 수출이 감소했으며, 태풍에 따른 수해 영향도 작용한 철강(-21.1%) 수출은 21개월 만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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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대 주요 품목별 9월 수출증감률. [산업부 제공] |
반도체 수출(114억9천만 달러‧-5.7%)은 7개월 연속 100억 달러는 유지했으나 전년 동월(121억8천만 달러)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소비자 구매력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수요약세와 재고축적 등으로 메모리(D램·낸드) 등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영향이다.
D램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 2분기 3.37달러에서 3분기 2.88달러, 4분기 2.50달러로, 낸드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4.81달러, 2분기 4.76달러에서 3분기 4.40달러, 4분기 4.20달러로 각각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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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대 주요 수출품목 규모 및 증감률. [산업부 제공] |
무선통신기기(16억8천만 달러‧-7.0%)는 글로벌 수비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요 시장인 중국(-6.1%)과 아세안(-41.4%), 미국(-5.7%) 등 수출이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수출(17억4천만 달러‧-19.9%)은 OLED 사업전환 가속화로 인해 LCD 생산이 지속 축소되는 가운데, 글로벌 가격경쟁 심화 등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세 등 영향으로 줄었다.
컴퓨터 수출(14억2천만 달러‧-23.6%)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지연과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주요상품인 소비자·기업용 SSD(초고속 반도체 메모리 사용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모두 줄어들며 크게 감소했다.
자동차(완성차‧+34.7%)는 전년 동월 대비 개선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과 친환경차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대중동 수출이 증가하며 역대 9월 1위(47억9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자동차부품 수출(20억1천만 달러‧+8.7%)은 차량용반도체 수급상황 개선 등의 영향으로 현지 진출한 우리 완성차 업계 생산이 확대되며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2.1%→+14.5%→+8.7%)를 유지했다.
석유제품(수출액 54억9천만 달러‧+52.7%)은 높은 수준의 단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동절기 천연가스 수급 차질 우려에 따른 대체수요와 여행수요 회복 등 영향으로 호조세를 지속했다.
석유제품은 특히 올해 3월 이후 월 평균 88.1%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이 기간에 월 기준 역대 1~3위 실적을 기록하는 등 7개월 연속 50억 달러를 웃돌았다.
철강 수출(26억9천만 달러‧-21.1%)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철강수요 둔화에 따른 단가 하락세에 더해, 태풍에 따른 수해 영향으로 2020년 12월 이후 21개월 만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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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출실적. [산업부 제공] |
석유화학(40억7천만 달러‧-15.1%)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감소 등에 더해, 계속되는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차전지 수출(9억4천만 달러‧+30.4%)은 선진시장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시장 확대와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확대 등에 힘입어 석 달 연속으로 월 기준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다.
바이오헬스 수출(13억3천만 달러‧-4.5%)은 지난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던 진단키트 수출은 줄었으나,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약품 등의 수출 확대로 인해 상당부분 상쇄하며 근소한 차이로 감소했다.
선박 수출(12억 달러‧+15.5%)은 코로나19로 인한 발주 감소, 저(低)선가 시기의 수주물량이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컨테이너선 수출증가(전년 동월 대비 +1척)에 더해 탱커 수출(전년 동월 비 +6척)이 늘어난 데 힘입어 1개월 만에 수출 플러스로 전환했다.
가전 수출(6억6천만 달러‧-8.2%)은 고물가에 따른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의 주(主) 수요처인 미국 내 세탁기 공장 증설 완료에 따른 수출 감소와 중국 기업 등과의 경쟁 심화가 함께 작용하며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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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9월 수출액과 누계 수출액. [산업부 제공] |
일반기계 수출(40억1천만 달러‧-1.5%)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건설·설비투자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아세안에 대한 공작·건설기계 수출 회복과 주택시장 회복 지연에 따른 대중국 수출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1년 전과 보합 수준을 보였다.
섬유 수출(9억7천만 달러‧-5.3%)은 성수기 재고 물량 확보 등에 따른 생산 확대, 고단가의 추동(秋冬)의류 수요 증가와 베트남 등 글로벌 소싱 수요 증가에도 불구, 미국과 EU 등 주요 시장의 소비 위축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하며 실적이 줄었다.
이밖에도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전기차(수출액 8억 달러‧+23.0%)와 시스템반도체(+20.2%) 등의 품목은 9월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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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부 제공] |
지역별로는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이 감소했으나, 아세안·미국 등 주요시장과 대(對)인도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요 수출국 9개 지역 가운데 미국(+16.0%), 중동(+9.1%), 인도(+8.5%), 아세안(+7.6%), 일본(+2.5%) 등 5개 지역의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 등의 영향으로 중국(-6.5%), EU(-0.7%), 중남미(-0.2%), CIS(독립국가연합‧-29.9%) 수출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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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지역별 9월 수출 증감률. [산업부 제공] |
특히, 넉 달 연속 이어지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달 흑자로 돌아섰지만, 대중 수출 감소세는 4개월째 지속됐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33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5%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여파로 중국 내수시장과 소비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0.1%)·석유화학(-13.7%)·철강(-13.1%)·일반기계(-33.1%) 등의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9월 수출액이 지난 8월과 유사한 규모를 유지한 반면, 수입규모는 전월 대비 감소하면서 5개월 만에 대중 무역수지는 6억8천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달 대EU 수출은 54억2천만 달러로 전체 수출이 소폭 감소했다. 석유제품(+38.7%)·이차전지(+11.4%) 등 수출은 증가했으나 에너지 수급 이슈 등에 따른 경기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자동차(-5.8%)‧석유화학(-26.9%) 등의 수출이 줄었다.
지난달 미국에 대한 수출은 92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0% 증가하며 역대 9월 1위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강도 긴축정책에도 불구, 전기차 생산·판매의 확대 영향으로 자동차(+54.6%)·이차전지(+57.7%)·차부품(+16.6%) 등이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
아세안 지역에 대한 9월 수출액은 103억4천만 달러로, 경기 회복세와 맞물린 자동차 생산·판매 확대, 관광업 회복세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11개월 연속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대아세안 수출의 경우, 자동차(+40.5%),차부품(+27.3%),석유제품(+98.2%),선박(+113.7%) 등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여파로 대CIS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이어지고 있는 중남미 등에 대한 수출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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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액 추이. [산업부 제공] |
한국의 전체 9월 수입(612억3천만 달러)은 대규모 에너지 수입 등 영향으로 7개월 연속으로 600억 달러대를 기록하며 높은 증가율(18.6%)을 유지했다.
지난달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79억6천만 달러로, 작년 동월(99억1천만 달러) 대비 81.2%(80억5천만 달러)나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은 90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3.1% 증가했고 가스(67억6천만 달러)는 42.1%, 석탄(21억3천만 달러)은 5.3% 각각 늘어났다.
동절기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원 조기 확보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수입이 증가했다. 3대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액은 무역 적자 규모(37억7천만달러)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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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입실적. [산업부 제공] |
이 밖에도 우리 산업생산을 위한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19.8%)와, 수산화리튬‧니켈-코발트 수산화물 등 배터리 소재·원료가 포함된 정밀화학원료(51.8%)의 수입이 대폭 늘었다.
이로써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6월 이후 16개월 연속으로 수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5249억 달러)은 연도별로 올해가 역대 최대 규모지만, 같은 기준으로 누적 수입액(5538억 달러) 또한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세계경기 둔화 영향에 따른 수요 약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이 역대 9월 최대실적 달성 및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 이후로 한 자릿수를 기록 중인 상황이며,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가격하락 등 감안할 때 당분간 높은 수출증가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중 무역수지가 5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되고 무역적자 규모가 전월 대비 50억 달러 이상 감소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며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큰 규모의 에너지 수입이 이어지며 9월에도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현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경우 무역수지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정부는 6개월 연속으로 발생한 무역적자, 6월 이후 수출증가 둔화세 등의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민관합동으로 수출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겨울철 에너지 수급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도 에너지 수요절감·효율제고를 통해 올해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인 에너지 수입 수요 관리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지난 9월 14일부터 가동한 ‘수출현장지원단’과 오는 6일 예정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수출에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현장애로를 조속히 점검·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달 중 국무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를 개최해 시장·공급망·중소기업 등의 무역 리스크 요인을 적극 관리·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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