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삼성·SK하이닉스, '성과급'으로 노조 갈등 격화…"내부 결속 시험대"

황성완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0 10:45:56
삼성, DS·DX 보상 격차에 내부 불만 확산…노조 간 주도권 경쟁
SK하이닉스, PS 체계 재협상 반발…3500명 모인 통합노조 출범 임박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인공지능(AI) 업황 호조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작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의 보상 격차를 둘러싼 직원들의 불만이 노조 간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에서도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전임직(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노조 설립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 삼성전자, DS·DX 성과급 격차 불씨…노조 갈등으로 확산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의 발단은 DS와 DX 부문 간 보상 격차다.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DS 부문에는 높은 수준의 초과이익성과급(OPI)과 특별경영성과급이 책정된 반면, DX 부문에는 600만원 규모의 자사주가 지급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을 통해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로 정하고 이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달 중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DX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상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 전체 실적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사업부 실적에 따라 보상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현행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과급을 둘러싼 직원들의 불만은 노조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에서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 주요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성과급과 임금체계 개선 등 직원들의 핵심 요구를 누가 대변할지를 놓고 각 노조 간 경쟁이 거세지면서 보상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노조 주도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조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DX 부문 조합원의 대규모 이탈로 전사 과반 노조 지위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서는 그동안 사업장별로 운영해 온 노사협의회를 하나의 전사 기구로 통합하는 등 내부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성과급 문제가 단순한 보상 수준을 넘어 사업부 간 형평성과 노조 대표성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의 내부 결속력을 시험하는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 3500명 모인 SK하이닉스 '통합노조'…성과급 갈등이 시발점

 

SK하이닉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기존 복수노조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통합노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 일부 구성원들은 최근 전임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을 꾸리고 노조 설립 절차에 돌입했다.

 

통합노조 임시위원장은 지난 8일 공지를 통해 "금일부로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정식 노조가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참여 속도도 빠르다. 지난 5일 개설된 준비 모임에는 사흘 만에 SK하이닉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에 해당하는 35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는 복수노조 체제다.

 

새로운 통합노조가 공식 출범할 경우 기술사무직과 생산직으로 분산된 구성원들의 요구를 하나로 모아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기존 노조와 신생 노조 사이에서 조합원 확보와 교섭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통합노조 출범 움직임을 촉발한 핵심 배경으로는 성과급 문제가 꼽힌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 지급액 가운데 80%는 해당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성과급 체계의 일부 변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사측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도 교섭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구성원들은 지난해 장기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성과급 체계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에 반발하고 있다. 성과급 일부가 주식으로 지급될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실질적인 보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합노조 임시위원장은 "통합노조의 최우선 출범 목적은 지난해 합의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완벽한 이행"이라며 "사측이 제안한 성과급 협상안을 전면 철회시켜 임단협에서 성과급 안건을 완벽히 분리하고 향후 10년간 협상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성과 파이' 배분 방식 놓고 내부 결속 휘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동시에 불거진 갈등은 반도체 호황과 맞닿아 있다. AI 시장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사업의 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가 얼마를 벌었느냐'를 넘어 '늘어난 성과를 구성원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이냐'가 노사 관계의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갈등의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DS와 DX 간 보상 격차에서 촉발된 형평성 논란이 노조 간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합의한 PS 체계의 유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직군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양사가 외형 성장뿐 아니라 내부 보상체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실적이 크게 개선될수록 임직원들이 기대하는 보상 수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성과급 규모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산정 기준과 일관된 보상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배분에 대한 불만이 장기화하면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직군이나 사업부, 노조 간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얼마나 빠르게 봉합하고 조직 결속력을 유지하느냐 역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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