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주식 지급·적자 시 임금조정안에 반발…“기존 합의 이행해야”
정부 성과급 제도 손질 예고·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사례도 영향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반도체 업황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생산직인 전임직과 기술사무직을 하나로 묶는 통합노조 설립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기존 복수노조 체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전임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설립 준비 모임이 꾸려진 데 이어 노조 설립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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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업황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
지난 5일 개설된 준비 모임에는 불과 사흘 만에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에 해당하는 35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통합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견도 이어지면서 내부 관심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임시위원장은 지난 8일 공지를 통해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정식 노조가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복수노조 체제다.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별도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노조가 출범할 경우 그동안 직군별로 나뉘었던 구성원들의 요구를 하나로 결집해 사측과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통합노조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탄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꼽힌다.
임시위원장은 통합노조의 최우선 출범 목적을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이 올해 교섭에서 제시한 성과급 협상안을 철회하고 임단협에서 성과급 문제를 분리하는 한편, 향후 10년간 성과급 체계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 지급액 가운데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성과급 체계 일부 변경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갈등이 커졌다.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임금을 조정하는 내용도 협상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면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다시 교섭 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가 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나온다.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 역시 사실상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단협 교섭이 5차 본교섭까지 진행됐지만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기존 노조를 향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일부 구성원들은 조합원들의 의견이 교섭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협상 내용 역시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성과급 제도 관련 움직임도 노조 설립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달 중 성과급을 비롯한 노사 교섭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지침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 차원의 제도 손질이 예고된 상황에서 기존 노조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역시 통합노조 설립 움직임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사례도 SK하이닉스 내부의 통합노조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한때 조합원 수가 7만6000여명까지 늘어나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으며, 올해 임금 교섭 과정에서는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이끌어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노조를 기반으로 교섭력을 강화한 사례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통합노조가 실제 출범할 경우 기존 복수노조 구도는 물론 향후 임금·성과급 교섭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업황 호조로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된 상황에서 성과에 따른 보상 수준과 지급 방식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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