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현지화’ 잰걸음…천무·K9 앞세워 美·유럽 생산기지 확대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1 10:49:50
폴란드 천무 발사대 모듈·600여종 부품 현지 생산…122㎜ 로켓 연동·MRO까지 확대
美 차륜형 K9MH·스페인 K9 수출…운용국 11개국으로 늘려
현지 생산·기술이전·부품 공급망 구축…‘국가별 맞춤형’ 전략 강화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매국의 군 운용환경과 산업 기반에 맞춰 제품을 개량하고,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부품 공급망, 정비·수리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서 다연장로켓 천무의 현지 생산 범위를 발사대 모듈과 예비부품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생산하는 122㎜ 로켓을 천무 기반 체계인 호마르-K에 연동하는 작업에 나선다. 미국에서는 미 육군 요구에 맞춘 차륜형 K9MH를 개발해 시장에 진입했고,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페인과 루마니아, 이집트에서도 현지 방산기업과 생산 및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국가별로 다른 형태의 현지화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수출국의 산업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 장기적인 방산 파트너가 되는 전략이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MSPO 2026’에서 폴란드 국방부 산하 군비청과 호마르-K 발사대 모듈 생산 라이선스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호마르-K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239 천무 다연장로켓체계를 기반으로 폴란드산 차륜형 차대와 사격통제·통신체계 등을 결합한 폴란드형 천무다.

 

이번 계약은 기존 천무 수출계약에서 합의한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35억5000만 달러 규모로 천무 발사대 218대와 탄약 등을 공급하는 1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4년에는 약 16억 달러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통해 발사대 72대와 유도탄 등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양측은 후속 물량의 현지 생산과 발사대 정비 및 부품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이 같은 계획이 실제 생산체계 구축 단계로 구체화되고 있다.

 

폴란드 방산업체들은 호마르-K 발사대 모듈을 현지에서 조립하고 600종 이상의 예비부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지에서 무기체계의 일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지 생산 부품의 활용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폴란드에서 생산한 일부 예비부품을 천무를 이미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가 천무의 단순 구매국을 넘어 글로벌 천무 공급망의 한 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폴란드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122㎜ 로켓을 호마르-K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지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폴란드 방산업체는 122㎜ 로켓용 운송·발사 컨테이너를 직접 개발·생산해 기존 폴란드군 탄약체계와 천무를 연동할 예정이다. 신규 무기체계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보유한 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현지 작전환경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구매국 입장에서 무기체계 도입에 따른 운용 및 보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천무라는 플랫폼의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각국의 기존 전력과 결합할 수 있는 수출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

 

양측은 발사대의 정비·수리와 분해정비(MRO) 역량을 폴란드에 구축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폴란드의 천무 사업은 발사대 수출→현지 조립→부품 생산→기존 탄약 연동→정비·수리로 현지화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방산시장의 수요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주요 방산 수출국들은 무기 구매를 넘어 자국 내 생산기반 확보와 기술이전, 일자리 창출, 부품 공급망 구축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산업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망 안정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산기업들도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후속 군수지원까지 묶은 장기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업은 이런 전략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K9은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핀란드·인도·노르웨이·에스토니아·호주·이집트·루마니아 등으로 수출됐다. 최근 미국과 스페인까지 도입하면서 운용국은 11개국으로 확대됐다.

 

국가별 수출 방식은 동일하지 않다. 각국의 요구조건에 따라 제품을 개조하고 현지 생산과 정비체계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기존 궤도형 K9을 그대로 공급하는 대신 미 육군의 요구에 맞춰 차륜형 자주포인 K9MH를 별도로 개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 육군은 향후 수년간 시제품을 바탕으로 작전운용개념에 맞는 세부 조건을 보완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제품 개발과 동시에 현지 생산기반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면서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나섰다.

 

미국 방산시장에서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만큼 단순한 제품 수출보다 미국 내 생산·정비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스페인에서도 현지화 전략이 적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시스템즈와 협력해 스페인군의 요구에 맞춰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를 개량하고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지 업체가 자주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핵심 기술을 이전하고 부품 공급망 구축도 지원한다.

 

스페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서유럽 방산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유럽 주요국의 방산 생산능력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경험과 공급망을 확보하면 향후 인접국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집트에서는 현지 방산산업 기반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현지화를 추진했다.

 

K9뿐 아니라 K10 탄약운반장갑차와 K11 사격지휘차량, 교육·정비·현지생산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하면서 단순 무기 수출이 아닌 현지 방위산업 기반 재건과 연계한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루마니아 역시 현지 생산기반 확보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생산할 현지 공장 ‘H-ACE Europe’을 착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현지화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폴란드는 탄약체계 연동과 부품 생산, 미국은 제품 현지화와 생산거점, 스페인은 기술이전과 공급망, 이집트는 산업 기반 재건, 루마니아는 유럽 내 생산거점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방산 수출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수십 년간 운용과 정비, 부품 공급이 이어진다. 초기 수출 물량뿐 아니라 후속 군수지원과 추가 도입, 현지 생산 및 제3국 수출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현지 생산기반을 먼저 구축하면 무기체계 공급 이후에도 장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해당 국가를 중심으로 인접국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폴란드를 단순한 천무 수출 대상국이 아니라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생산 및 공급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적도 이 같은 글로벌 방산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조2929억원, 영업이익 1조36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2%, 영업이익은 58.5%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5조439억원, 영업이익은 2조44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방산 수출 확대와 현지 생산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사업 구조도 단순 수출형에서 현지 생산과 후속 군수지원이 결합된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나토 회원국과 동유럽 시장에서도 각국 군의 작전·운용환경과 현지 방산 기반을 고려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수주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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