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조문 여부 놓고 노사 입장 엇갈려…합동 진상조사위 가동
회사 "산재 처리 지원·경위 파악 중"…조직개편 적정성 논란 확산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박현수 11번가 대표가 최근 발생한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빈소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이사와 HR그룹장 등 회사 관계자가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 측이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노조는 이번 임직원 사망을 두고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경영진 책임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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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수 11번가 대표가 최근 발생한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빈소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11번가] |
11번가 관계자는 박현수 대표의 조문 여부를 두고 "유족측에서 공문을 통해 일체의 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박 대표는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면서 "다만 유족 측 대리인이 거부 의사를 전달해 별도의 위로를 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측은 대규모 조직 재편 이후 신설 TF 배치 직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측을 향해 인사 기준과 조직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11번가 노동조합(이하 노조) 측은 "최근 숨진 조합원의 명복을 빌며 고인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냈다"며 "고인이 아끼고 사랑했던 11번가가 누군가의 삶을 앗아간 비극의 현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최근 단행된 조직개편과 인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목했다.
특히 회사의 경영 실패와 관리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무능한 경영으로 회사를 위기에 이르게 하고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현장을 추락시킨 경영진에게 무한한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밝혔다.
조직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됐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언론 인터뷰와 제보 등을 통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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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번가 노조는 사내에서 고인 추모를 위한 '국화 헌화'를 진행 중이다. [사진=11번가 노동조합] |
노조 관계자는 "29일 밤 늦게 회사 측으로부터 2차 내용증명을 수신했고, 30일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고인의 억울함이 풀리고 정당한 예우와 명예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대응하겠다"며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11번가가 최근 진행한 대규모 조직개편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주 11번가 직원 A씨는 전사 조직개편 이후 신설된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에 배치된 뒤 숨졌다. A씨는 3년간 S·S·A 등 높은 수준의 인사평가를 받은 직원으로 알려졌으며, 전사 우수 MD 후보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MD(상품기획자)로 근무하며 성과를 인정받아왔지만, 이번 TF 발령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이메일 등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게시됐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TF 조직으로 발령받은 구성원 중 한 사람"이라며 "메일은 개인의 발령을 되돌려 달라는 요청이나 특정 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한 글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조직개편은 일반적인 부서 이동과는 무게가 다르다"고 적었다.
A씨는 "많은 구성원이 TF 발령을 단순한 조직 이동이 아니라 향후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불안으로 다가왔는지를 보여준다"고 호소했다.
또 "성과가 부족해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지난 10일 타운홀미팅을 통해 조직개편 방향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했고, 발령 대상자를 대상으로 면담 등 사전 커뮤니케이션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일부 업무를 TF 형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A씨 역시 기존 업무에서 통합지원 TF로 이동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11번가는 사건 발생 이후 노조와 함께 합동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유족 요청에 따라 산업재해 처리 절차를 지원하고 있으며, 필요한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사건 인지 후 즉시 노조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지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11번가는 지난 4월 박현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박 대표 선임 이후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다. 11번가는 지난달 23일부터 희망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 지원 프로그램’과 특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해당 프로그램 기준으로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대상은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직원이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10개월분의 급여가 지급되며, 재취업 및 경력 전환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이 실적 부진에 따른 비용 구조 개선 행보로 보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강화하며 조직 슬림화와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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