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7000억달러 시대, 미·중 의존도 낮아졌다

윤중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4 10:40:35
대미·대중 비중 35.7%로 하락…아세안·EU가 공백 메워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지난해 한국 수출은 세계 6위 규모로 연간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외형상으로는 화려한 성과지만, 그 이면에서는 한국 수출 구조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년간 이어진 미·중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아세안과 유럽 등으로 수출 지역을 넓히며 우리 기업들이 수출 지도를 다시 그린 것이다.

 

▲부산항 부두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에는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시행된 전면적 관세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79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기저효과 없이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1734억달러)을 낸 것이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다만 지역별 성적표를 보면 기존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이었던 미국과 중국 시장이 동시에 주춤한 것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일반기계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1.7% 줄어든 1308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수출도 반도체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자동차, 일반기계, 자동차부품 등 다수 품목이 관세 영향으로 부진해 3.8% 감소한 122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4년 19.5%에서 18.4%로, 대미 수출 비중은 18.7%에서 17.3%로 각각 낮아졌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8.2%에서 35.7%로 2.5%포인트 줄었다.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8년 만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미중 무역 갈등 리스크가 커지자, 우리 기업들이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다변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9대 주요 수출시장 가운데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유럽 등 6개 시장에서는 수출이 고르게 증가했다. 미중 감소분을 다른 지역에서 만회하며 수출 7000억달러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아세안 수출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1225억달러로, 2위인 미국(1229억달러)을 바짝 추격했다. 아세안 수출 비중도 16.7%에서 17.3%로 확대됐다. 유럽연합(EU) 수출은 701억달러로 3% 증가했다.

 

이와 함께 독립국가연합(CIS), 인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 수출도 늘어나며 다변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CIS는 자동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9대 수출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인 18.6%를 기록했다. 인도는 192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고, 중동 수출은 204억달러로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품목도 다양해졌다. 농수산식품은 124억달러, 화장품은 114억달러로 K-콘텐츠 확산에 힘입어 나란히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조선, 바이오헬스, 컴퓨터 등 기존 주력 품목 역시 전년 대비 증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내외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달성한 지난해 수출 7000억달러 성과는 우리 경제의 견고한 회복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에도 미중 통상 현안을 면밀히 관리하는 동시에 일본, EU, 아세안 등 주요 교역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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