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경고 메시지에 NH농협은행 첫 판매중단 결정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로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위축되거나 아예 퇴출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불과 2개월만인 오는 9월부로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대출규제를 우회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우려를 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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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로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위축되거나 아예 퇴출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
앞서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먼저 NH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에 출시했고 뒤를 이어 하나은행이 7일, KB국민은행 14일, 신한은행 26일 등으로 해당 상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존 최장 40년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만기를 50년까지로 늘려 지난 14일부터 판매에 나섰다. 이번 NH농협은행의 해당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은 조만간 다른 주요 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라고 요구한 셈”이라며 “NH농협은행의 뒤를 이어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취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정성 여부와 60대이상 고령층에 대한 대출 실행”이라며 “대출규제를 우회했다는 비판적 여론에 직면한 은행들이 해당 상품의 취급을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17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받자 곧바로 19일 오는 9월부터 해당 상품의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은 DSR 산정의 적정 여부와 함께 관계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30대이하로 해당 상품의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해 DSR 관리실태를 점검하겠다고 공식 거론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대출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아예 상품 취급을 중단한 케이스다. 지난달 5일 출시된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은 불과 2개월만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이 상품의 출시 당시 NH농협은행은 내부 차원에서 2조원 한도의 특별판매 상품으로 기획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동안 억눌려왔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분출하듯 터지며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자 구체적인 한도 설정은 추후로 미뤘다.
이후 금융위·금감원 등 당국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NH농협은행은 부랴부랴 2조원까지 판매하기로 했다가 아예 취급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해당 상품의 대출 실행액은 총 7028억원에 달하는데 이달까지 2조원 한도를 모두 채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시장 전체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됐는데 당국이 DSR 등 부채총량규제로 막아 놓은 부분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담보대출의 특성상 금융사의 손실 부담이 없고 가계대출 수요가 크다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담보능력에 기반한 대출의 실행을 막거나 일방적으로 수요를 위축시키는 방식으로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힘들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해소하거나 완화할 시점이 왔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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