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상 임상시험 중간분석 결과, 모든 접종자에 중화항체 생성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최초로 3상에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1분기에 임상 중간 분석 결과를 도출해 품목허가를 신청한 후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강립 처장은 1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약처 브리핑실에서 가진 온라인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사의 'GBP510'의 3상 임상시험에 대해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한 결과, 국내 처음으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오늘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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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한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
이번 승인으로 국내 업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최초로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하게 되었으며, 이미 허가된 백신과의 비교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비교 임상 방식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3상을 진행하게 된다.
비교임상 방식은 올해 4월 프랑스 발네바 사(社)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군으로 하는 비교임상(3상)을 승인받아 영국에서 임상을 시작한 바 있다. 김 처장은 “이번 임상시험 승인은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최초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3상에 돌입함에 따라 국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백신의 상용화 목표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목표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임상시험이 종료가 되고 그 결과를 확인하여 허가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최종적인 그리고 최상의 목표이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SK바이오사이언스의 향후 일정에 따르면 내년도 1/4분기에 3상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를 가지고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목표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원에는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허가 신청이 예정대로 들어온 이후에는 기존의 다른 백신의 허가에 신속하면서도 안전에 만전을 다했던 방식으로 허가 절차와 심사에 임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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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BP510 제조과정 개요.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인체 내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특정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함으로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이를 제거하게 되는 방식의 백신이다. 표면항원 단백질을 투여하면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며,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바이러스를 중화해 제거하게 되는 방식이다.
GBP510은 특히 항원 노출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활용해 항체를 많이 생성함으로써 면역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GBP510은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과 국제 민간기구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지원을 받아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 디자인연구소와 공동개발한 물질이다.
김 처장은 “식약처는 시험대상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GBP510에 대한 임상시험을 면밀하게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GBP510의 경우,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지만, 일상에서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충분히 나타나 임상 3상 진입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설명이다. ‘면역원성’이란 바이러스 감염성을 없애거나 낮추는 중화항체 증가 비율을 뜻한다.
지난 1월 26일 임상 1 ·2상 승인 후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상 임상시험의 중간분석 결과, 모든 백신접종자에게서 중화항체가 생성됐으며, 백신접종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주사부위의 통증, 피로, 근육통, 두통 등 이외의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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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시험 단계.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의 심사과정에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상 승인 이전에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치고 있는데, GBP510 승인과 관련한 외부전문가 자문회의는 9일 열렸다. 이 자문회의 결과 GBP510의 3상 비교임상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내부 심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GBP510의 3상 임상시험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김 처장은 밝혔다.
GBP510의 비임상과 임상 1상 중간분석 결과,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되어 3상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하고, 시험백신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이 설계되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라 혈전증이나 면역 혈소판 감소증 등 자가면역 질환자는 제외하도록 임상시험 계획을 시정해 승인했다고 김 처장은 부연했다.
이번에 승인한 3상 임상시험은 국내에서 허가되어 예방접종에 사용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사용하여 GBP510의 면역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조백신은 허가된 코로나19 재조합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바이러스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정했고, 중화항체가의 우월성·혈청반응률의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혈청반응률은 백신 접종 전 대비 항체가가 4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대상자의 비율이다.
시험대상자는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총 3990명이며, 시험백신은 3000명, 대조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게 된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은 국내 뿐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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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
김 처장은 “글로벌 백신 선도기업이 없는 상황임에도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최초로 승인했다”며 “백신접종률이 높아 전통적인 의약 대조로 3상 임상시험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면역 대리지표’가 정립되기 이전이지만, 적극적이고 면밀한 심사를 통하여 비교임상 방식을 채택했으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하여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비교임상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향후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면역대리지표(ICP)란 접종한 백신에 의한 면역원성(항체가, 지속기간 등)과 방어효과 간 상관관계를 나타날 수 있는 대리지표다.
김 처장은 또한 “식약처는 WHO(세계보건기구), CEPI(감염병예방혁신연합) 등 해외 규제기관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의약 대조 방식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비교임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CEPI란 2017년 설립된 공공, 민간, 자선단체 및 시민단체의 기부를 받아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독립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국제비영리협의체다.
김 처장은 “식약처는 신종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내 개발 백신으로 백신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부터 허가까지 백신개발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우리 백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임상시험 참여자의 부작용 등 안전에 관한 사항과 임상시험 실시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 정보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면서 임상시험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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