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李·朴구속 대국민 사과문, "과거 허물 통렬히 반성...뿌리부터 개조·인적쇄신"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5 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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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로서 첫 공식사과…"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 저질러…용서 구해"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초래한 정경유착 비리와 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론한 뒤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만이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 구속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인적쇄신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회견 수위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대국민 사과문'에 사과와 사죄, 용서, 반성 등의 단어가 십여 차례 등장했을 정도로 예상보다 높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고 서두를 꺼낸 뒤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잘 보필하려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고 상기했다.

김 위원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당의 모습과 관련해서도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아울러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 사과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다”며 “국민과의 약속은 져버렸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겠다.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만에서 박근혜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를 일일이 거론해서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헌정사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다"며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서거나, 일가친척이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어떤 대통령도 온전히 끝을 맺지 못했다“며 ”그리고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돼 있다. 국가적으로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저희 당에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며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맺힌 오랜 응어리를 온전히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인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정당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써,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문을 끝맺은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김 위원장은 당 대표를 맡은 이후 반년 가까이 극우 세력과의 선 긋기를 통해 국민의힘을 중도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간 당명 변경과 당헌 개정 등에 이어, 이번에는 뜨거운 감자인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결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진 것이다.

이는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후년 3월 대선에 대비한다는 큰 그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과가 화룡점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사과문의 완결을 위해서는 김 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과가 김 위원장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 차원의 조치임을 입증해 나가야 한다.

당내에서는 대체로 사과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분위기이지만, 일부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계 등을 중심으로 볼멘소리도 표출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결국 이날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김 위원장의 정치력은 또 다른 차원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정의당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존중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도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국민의힘 내에서 엇갈린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과연 이날 김 위원장의 사과문에 담긴 사과와 반성, 인적쇄신 약속이 얼마나 국민의힘 당내에 두루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민에게 진정성을 확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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