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김민성 기자]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수km 이내 지역에는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며 영업해온 유명 한정식집들이 꽤 있다. 구세군회관 바로 뒤편 골목과 인사동 골목, 그리고 조계사 인근 등등....
그런 유명 한정식집의 단골 손님들은 정치인들이나 기업체 임원, 홍보실 직원, 언론인 등이었다. 그런 손님들이 몰려들다 보니 간혹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사건들이 종종 그런 곳에서 터지기도 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인의 OO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등이 그 사례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같은 식당들이 급격히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앞 다투어 음식 가격을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엔 조계사 옆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이 영업을 개시한지 60년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모두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코 앞에 두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1인당 3만원 이상의 음식을 접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김영란 정식이란 메뉴의 등장이다. 아예 메뉴 이름을 그렇게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령을 의식해 메뉴 가격을 3만원 이하로 재조정하면서 속칭으로 붙은 메뉴 이름이 김영란 정식이다.
앞서 말한 유명 한정식집들이 점심 저녁 메뉴를 3만원 이하로 통일하면서 김영란 정식은 이제 일반 명사로 굳어지게 됐다. 한정식집들이 점심 때보다 저녁 메뉴가격을 더 받던 관행도 그로 인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출입이 잦은 여의도의 음식점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 대표 등의 지시로 의원들이 1인당 3만원 이하의 음식점을 주로 찾는 현상이 나타나자 기존의 고가 메뉴 식당들은 하는 수 없이 김영란 정식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의 남도음식 전문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자주 찾는 '해우리' 역시 그 중 하나다. 해우리는 최근 저녁 정식용으로 2만9000원 짜리 메뉴를 새로 선보였다.
식사값 외에 곁들이는 반주까지 포함해 3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의식, 김영란 정식 개발에 이어 주류를 무료로 서비스하는 식당들도 생겨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분간 연간 3조~4조원의 매출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투명해지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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