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에미상 6관왕 쾌거] 황동혁·이정재 감독상·남우주연상 수상…비영어권 첫 '1인치 장벽' 돌파 (종합)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9-14 0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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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박해수·정호연, 남녀조연상은 불발...작품상은 ‘석세션’
4일 게스트상·시각효과상·스턴트퍼포먼스상·프로덕션디자인상도 차지
황동혁 “다음엔 작품상 받고파…시즌2로 돌아오겠다”
이정재 “언어 다르다는 건 중요치 않아…오징어 게임이 증명”
NYT “오징어 게임과 이정재, 에미상의 역사를 쓰다”
“오징어 게임 스타일 운동복, 설탕과자 ‘달고나’ 세계적 현상 돼”

“오징어 게임과 이정재, 에미상의 역사를 쓰다(Make Emmys history).”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배우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수상 소식을 전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 그대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달성하며 말 그대로 ‘새 역사’를 썼다.
 

▲ 12일(현지시간)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현지시간 12일(한국시간 13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펼쳐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Primetime Emmy Awards)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연 이정재에게 남우주연상을 각각 안겼다.

 

비영어권 드라마로는 최초의 기념비적인 역사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며 92년 오스카 역사를 다시 썼던 것처럼 ‘오징어 게임’도 미국 방송계 시상식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국제영화제인 아카데미와 달리 에미상은 미국 TV 프로그램이 중심이 돼 왔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수상은 더 이례적이다. 한국 방송 시상식에서 미국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들과 대상, 연기상 등을 두고 경쟁해 당당히 수상한 셈이기 때문이다.

▲ '오징어 게임'이 세운 주요 기록. [그래픽=연합뉴스]

이로써 ‘오징어게임’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 시상식’(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게스트상(이유미)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총 6관왕을 거머쥐었다.

다만 남우조연상 후보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오영수, 박해수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정호연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1949년 처음 개최된 후 줄곧 영어권 수상작만 나온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작품상을 비롯해 13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바 있다.

▲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작품상 수상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HBO의 블랙코미디 드라마 ‘석세션’에 돌아갔다.

‘오징어 게임’이 영어권 드라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해외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오징어 게임’은 OTT를 매개로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번 에미상에서 해외 드라마라는 인식을 무디게 만들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 요인을 꼽는 데는 공들여 완성한 번역이 빠지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17일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됐고, 자막도 사전 제작돼 함께 제공됐다.

▲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 트로피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황동혁 감독은 이날 에미상 시상식에서 ‘석세션’의 마크 로드, 캐시 얀,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고, 이정재 역시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 브라이언 콕스, ‘세브란스: 단절’의 아담 스콧,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등 막강한 후보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황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적어온 메모지를 보며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며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상이 제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시즌2로 돌아오겠다”라고 덧붙였다.


▲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 이정재는 영어로 “TV 아카데미, 넷플릭스, 황 감독께 감사하다”며 “황 감독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로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옮겨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한국말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번 에미상 남우주연상은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들어 올린 연기상 트로피다. 앞서 그는 미국배우조합상,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지난해 출시 이후 전례없는 화제를 모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스릴러 장르로 소화해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가 100% 투자한 작품으로 오롯이 한국 드라마라고 말하긴 어렵다.

▲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주요 수상자. [그래픽=연합뉴스]

NYT는 이날 황 감독과 이정재의 에미상 수상소식을 전하면서 “오징어 게임은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윤리의식이 무너진 현실을 다룬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 스타일의 운동복과 검은색 가면은 할리우드 의상에 영감을 주었고, 설탕으로 만든 사탕인 ‘달고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에서 사채업자들에 쫓기다 생존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했다. 술과 도박에 빠져 폐인처럼 살아가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만큼은 놓지 않는 인물이다.

지질한 중년 남성 역을 맡아 후줄근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달고나를 정신없이 핥아대는 모습을 통해 기훈의 절박한 처지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 할리우드 배우 엘르 패닝의 축하를 받는 배우 이정재. [AP=연합뉴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당당히 세계적 대우 반열에 오르면서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The Acolyte) 주인공에도 캐스팅됐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많은 팬을 확보한 대중문화 콘텐츠여서 이정재는 이를 계기로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4년간 공들여 만든 첩보 영화 ‘헌트’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다.

쾌거를 이룬 황동혁 감독과 주연배우 이정재는 이날 시상식 직후 로스앤젤레스(LA)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동료 출연 배우들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피날레가 마침내 에미상에서 이뤄진 것 같아 정말 뜻깊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영어가 아닌 (비영어) 드라마 시리즈로 에미상 벽을 처음으로 넘었다”며 “에미상이 문을 열어줘서 기회가 생겼고 이런 기회의 문을 다시 닫지 말고 계속 열어 두겠다는 의지를 잘 유지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황 감독은 또 “다음에 오징어 게임 시즌 2로 다시 (시상식에) 와서 작품상을 받고 다 같이 무대 위에 올라갈 기회를 얻고 싶다”며 “상이라는 게 욕심낸다고 꼭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으로 다시 돌아와서 저희의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도록 노력을 해보겠다”고 향후 작품상 수상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 에미상 시상식 참석한 '오징어 게임' 제작진.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배우 겸 모델 정호연, 감독 황동혁, 제작자 김지연, 배우 이정재, 배우 박해수.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선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일까를 고민하는 분들도 있어야겠지만, 최소한 무엇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답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시즌 1과 다른 점에 대해선 “지금 한창 (각본을) 쓰고 있다. 굳이 큰 차이점을 두자면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시즌 1에선 실수도 많이 하고 순진무구하기도 한 아이 같은 면이 많았다”며 “아마도 시즌 2에선 성기훈이 좀 더 진중하고 심각하고 뭔가 일을 벌일 것 같은 무거운 인물로 돌아온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일 것 같다. 또 차이점이 있다면 시즌 1과는 다른 게임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비영어권 연기자로서 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 대해 “연기자는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많다”며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을 통해서 증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의 방법에선 메시지와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 주제가 많은 사람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징어 게임이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많이 부합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 이정재(왼쪽)가 임세령 씨와 함께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스타워즈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대해선 “너무 극비라고 얘기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LA로) 오는 사이에 (외신에서) 기사가 먼저 나와서 저도 많이 놀랐다”며 “지금은 계속 이야기만 있는 중이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뉴스가 또 있을 것 같다”고만 답했다.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의 기염을 토하며 에미상에서도 비영어권 자막의 ‘1인치 장벽’을 깼다. 이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 최강국’ 한국이 지닌 ‘문화의 힘’과 한국인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앞으로 또 어떤 분야와 작품, 인물이 한류의 위력을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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