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차이나 머니 의존도 낮춘 '한한령·코로나19'
[메가경제=정호 기자] 게임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정치적인 입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사업 성장에서 뒤처지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가경제는 넥슨이 '하나의 중국'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022년부터 한한령이 완화 조짐을 보였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두 콘텐츠 산업의 현재 행보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시장보다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성공하며 내실을 갖췄다. 게임 업계는 앱마켓 매출 순위를 따져봤을 때 이미 중국 개발사들에게 수시로 상위권 자리를 내어주는 가운데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는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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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가 6일 기준 2억7000만 뷰의 기록을 세웠다.[사진=더블랙레이블] |
해외 성과와 중국 정부를 대하는 모습에서 이 부분이 두드러진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가 6일 오전 기준 2억7000만 뷰 이상의 기록을 세웠다. 반면 넥슨은 중국 측의 항의에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중국 의존도에 대한 논란을 자초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시점과 노력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상반된 결과를 만들어진 셈이다. 관련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두 산업의 차이가 벌어진 시점은 '한한령'과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며 차이가 극명해졌다.
2017년 국내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경제활동 제한 조치에 그치는 않는 '한한령(한류 금지령)'은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의 상황 악화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당시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수출 2위 국가였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입장에서는 당시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수치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재정 악화로 '탈중국'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게임 또한 한한령에 여파에서 피해가지 못했다. 2017년 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증인 '판호' 발급이 제한되며 게임 사업 매출액이 16.1% 감소했다. 당시 게임은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8년하반기 콘텐츠 수출액이 50억2852만 달러이며 당시 게임의 비중은 62.5%였다. 전년 동기 대비 16.1%가 감소한 수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문화콘텐츠 사업은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는 어렵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으면 시장 기대치에 의해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을 가진다"며 "반면 뒤처진 시장은 경쟁에서 성장하기 위해 더 큰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 쯔위 '청천백일만지홍기논란' 8년 후, 한류 타고 날아오른 2억뷰
넥슨게임즈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은 앞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의 '청천백일만지홍기논란'이다. 2016년 쯔위가 대만의 국기를 들고 있는 장면이 중국에서 퍼지며 대대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논란이 퍼지자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중국 활동을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당시 JYP엔터테인먼트는 "쯔위 본인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사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쯔위가 당시 정치적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 눈치를 보는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돼 갔다.
이듬해 한한령이 불거지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방탄소년단(BTS)·NCT·엑소 등 팬 계정까지 정지당하게 됐다. 당시 이 악재는 오히려 국내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2015년 기준 매출의 50% 점유율을 차지하던 동북아 내 중국 의존도에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해 중국 시장 개방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유럽·동남아 영향력을 강화하며 그 성과는 계속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봤을 때 지난해 한국의 중국 음반 수출액은 3399만 달러로 전년 대비 30% 수준에 머물렀다. 북미·유럽 시장에서 강세는 유지되고 있다. 미국 음반수출액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4%, 유럽은 8.4%로 각각 전년 대비 6.6%p, 2.7%p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북미 시장에서 성장은 중국을 뛰어남은 상황이며 봉준호 감독이 2019년 선보인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비롯해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은 한류 열풍의 시작을 이끌었다"며 "최근 로제의 아파트가 미국 빌보드에 진입하며 앞선 싸이 '강남스타일' 사례에 이어 8년 새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지민, 정국에 이어 5번째 진입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규모 면에서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지만 대내외적으로 폐쇄적인 구조와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쳤다"며 "이 불안정된 시장 상황이 되려 동남아와 북미 시장까지 눈을 돌리는 계기가 돼 지금의 한류 열풍이 크게 형성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넥슨, 하나의 중국 존중으로 본 서구권 경쟁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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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의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출시 첫 한달간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의 입김은 컸다.[사진=넥슨] |
넥슨은 올해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 되지만, 서구권 내에서 영향력 확대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넥슨의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출시 첫 한달간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의 입김은 컸다. 2019년에는 넥슨의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으로는 중국 지역 매출 비중이 864억엔으로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넥슨 일본 본사는 올 상반기 매출 2309억엔(한화 약 2조462억원)으로 연간 매출 5조원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 시장 매출은 855억엔으로 전체 매출의 37%를 기록하고 있다. 전년 대비 166% 증가한 수치다. 이 성적은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의 2분기 매출이 209% 급등한 것에 기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나이칭 또한 올해 넥슨에서 100억 위안(1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북미와 유럽의 매출 규모는 170억엔 수준으로 7.36%에 이를 뿐이다. 미국 게임지 디벨로퍼는 올해 초 넥슨 자회사 픽셀베리 스튜디오의 대규모 정리 해고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구조조정 대상은 프로듀서,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등 모든 직군이다. 2017년 인수한 뒤 5년 만에 결정이었다.
주된 이유로는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 확대를 추구하는 것과 반대로 손익이 누적되며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미·유럽 시장에서 5년 동안 16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사실상 서구권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시 구조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정리된다. 종합하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비교해봤을 때 넥슨은 서구권 공략에서 참패하며 '위안화 헤게모니'에 잠식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넥슨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적인 한류의 흐름에서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현재 과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도가 뒤처진 현시점에서 차이를 좁히는 데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회차에서는 중국게임사의 한국 서비스 종료와 타 게임사 대비 뒤처진 넥슨의 북미·유럽시장 경쟁력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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