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로 두 달 연속 인상…물가 확산 막기 위한 선제 대응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7 10:43:17
2.75→3.00% ‘백투백’ 인상…성장률 3.3%로 대폭 높여
황건일 위원만 동결 소수의견…6개월 금리 전망 3.25%에 가장 많이 몰려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리며 연 3.00%까지 끌어올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소비도 회복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로 대폭 높인 가운데,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고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도 이어지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도 3.25%에 가장 많이 몰려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16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것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차례 연속 인상한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특히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자마자 두 차례 연속 올린 것은 처음이다. 연속 인상 자체도 2007년 7~8월, 2021년 11월~2022년 1월, 2022년 4월~2023년 1월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금통위원 6명이 0.25%포인트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은 2.75%로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던 것과 달리 연속 인상을 놓고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 한은이 꼽은 핵심은 물가…“오름세 확산 막아야”

한은이 밝힌 이번 인상의 핵심 이유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과 이에 따른 물가 압력이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고 금융안정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한 달 전 금리 인상의 효과를 더 지켜보기보다 물가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 전에 대응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낮아졌지만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달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2.6%로 높아졌다. 일반인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대 후반을 이어갔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7%, 2.3%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과 같지만 근원물가 전망은 올해 2.4%에서 2.5%, 내년 2.3%에서 2.5%로 모두 높였다.

한은은 그동안 높아진 비용 압력이 물가에 계속 전가되는 데다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올해 성장률 2.6→3.3%…금리 올릴 경기 여력 커졌다

금리 인상을 뒷받침한 또 다른 요인은 예상보다 강한 경기다. 한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다. 내년 전망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했다.

올해 3.3% 전망은 정부의 3.0%,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2%보다 높다. 2021년 4.7% 성장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데다 소득 여건 개선으로 소비 회복도 확대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는 본지가 지난 11일 ‘7월 금리 올린 세 가지 이유 여전히 살아있다…한은, 8월 또 올릴까’ 기사에서 짚었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당시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일부 금통위원은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세가 견조해지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은 줄었다고 판단했다. 한 위원은 한 차례 인상만으로 물가 목표 달성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이후 KDI가 8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의 ‘개선세 확대’를 공식화했고,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을 3%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결국 지난달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물가 압력은 남아 있는 반면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했던 경기 부담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 금리 올렸는데 집값·가계빚 압력 지속…금융불균형도 인상 배경

금융불균형도 한은의 결정을 압박했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가계대출도 상당폭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통화정책에서도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 9000억 원 증가해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 활황과 맞물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늘어난 점도 금융안정 부담으로 작용했다.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25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돈다.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핵심 배경이었던 물가·가계부채·주택시장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한 달 뒤에도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률 전망까지 크게 높아진 것이 이번 연속 인상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 유가 최근 내렸어도 높은 수준…대외 물가 변수도 부담

대외 물가 여건도 안심하기 이르다. 한국은행 운용전략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3.7달러로 전주 말보다 5.23% 하락했다. 두바이유도 81.4달러로 4.00% 내렸다.

최근 단기적으로 유가는 떨어졌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WTI는 45.80%, 두바이유는 33.24% 높은 수준이다.

한은도 중동지역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세계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물가 경로에서도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완화와 달러 약세로 큰 폭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국내 성장세 확대와 미국 국채금리, 국제유가 등의 영향을 받으며 상당폭 등락했다.

◊ 6개월 뒤 금리 3.25%에 무게…3.50% 전망도 6개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3.00% 못지않게 주목할 부분은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이다.

금통위원 7명은 각자 6개월 후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기준금리를 3개의 점으로 제시한다. 모두 21개 점을 통해 향후 금리 전망의 분포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지난 5월에는 3.00%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2.75% 7개, 3.25% 2개, 2.50% 2개였다. 이번에는 전망 자체가 한 단계 위로 이동했다. 3.25%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3.50% 6개, 현 수준인 3.00%는 5개였다. 전체 21개 가운데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가리키는 점이 16개에 달한다.

금통위원의 전망은 확정된 금리 경로를 뜻하지 않는다. 각 위원이 현재 경제전망을 전제로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금리 수준의 확률분포를 표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5월 3.00% 중심이던 전망이 불과 석 달 만에 3.25%를 중심으로 이동했고 3.50%까지 내다보는 점이 6개로 늘어난 것은 이번 3.00%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 두 달 새 0.5%포인트…가계 이자 부담도 커진다

연속 인상에 따른 비용은 가계와 기업이 떠안게 된다. 한은은 7월과 8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두 달 사이 모두 0.50%포인트 상승했다.

이를 대출금리가 그대로 반영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대출잔액 3억 원인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50만 원, 5억 원이면 약 250만 원 늘어난다.

실제 부담액은 고정·변동금리 여부와 대출상품, 시장금리 움직임, 금리 재산정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변동금리 차주와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은 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황건일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만큼 앞으로는 물가·금융안정 효과와 연속 인상이 가계와 내수에 미치는 비용을 둘러싼 금통위 내부 논의도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 이제는 ‘올리느냐’보다 ‘언제·어디까지 올리느냐’

한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명확하게 열어뒀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물가와 경기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8월에도 연속 인상할 것인가’가 시장의 관심이었다면 이제 질문은 ‘다음 인상은 언제이고 최종금리는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로 바뀌었다.

다만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세 차례 연속 인상에 나설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두 달 동안 기준금리를 이미 0.50%포인트 높인 만큼 누적된 긴축 효과가 소비와 투자,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근원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안정되는지, 두 차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실제로 꺾는지,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소비와 고용 등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는지가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본지가 제기했던 ‘7월 금리 올린 세 가지 이유 여전히 살아있다…한은, 8월 또 올릴까’라는 질문에 한은은 이날 연속 인상으로 답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3.00% 이후로 향한다. 금통위원들의 전망대로라면 3.25%가 다음 금리 수준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될 수 있고, 물가와 금융불균형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3.50%까지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금리 경로는 앞으로 발표될 물가·성장·가계부채 지표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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