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노무사의 직업병이야기]① 정신질병·자살 산재신청 시 알아두면 도움되는 사항

김동규 / 기사승인 : 2020-09-01 12:28:08

얼마 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괴롭힘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비단 경비직을 비롯한 노동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장 내에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질병을 앓거나 자살하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병 및 자살의 산재신청 시 알아야 할 것 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적극적인 치료와 산재신청을 함으로써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질병으로는 대표적으로 우울에피소드(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수면장해, 자해행위·자살이 있다. 

 

정신질병의 경우는 스트레스와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자해행위·자살의 경우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하고 있다. 

 

즉 원칙적으로 자살은 고의·자해행위로 보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으나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 임을 입증하면 업무상 재해로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질병 및 자살의 원인으로는 장시간의 근로, 업무관련 중대사고, 업무의 실수 및 책임변화, 해고·퇴직종영·부당전직, 직장 내 폭언·폭행·성희롱·괴롭힘, 고객과의 갈등, 업무부적응 등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정신질병·자살에 대한 산재신청 시 중요한 것은 증상 발생 이전 6개월 간의 업무관련 사건자료와 정신건강의학과 의무기록이다. 그러나 실제 산재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전히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하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지 않아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과거판례(대법2011두24644, 선고일자 2012년 3월15일)에서는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산재인정기준을 엄격하게 보았다. 

 

그러나 최근판례(대법 2016두58840, 선고일자 2017년 5월31일)에서는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한편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바 없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고 하여 그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정신건강의학과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도 유서, 근무일지, 소셜미디어(SNS) 자료, 문자메시지, 가족 및 동료근로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신적 인식능력이 뚜렷이 저하된 상태를 입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산재승인 후 요양 도중 정신적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특히 정신질환의 경우 신청절차의 복잡 및 장기간의 산재처리 기간, 사업주와의 마찰 우려, 입증의 어려움, 생계상의 문제 등으로 제때 치료하지 못하거나 산재신청을 하지 않아 산재신청률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다목을 추가하여 '직장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질병으로 명시하여 관련 입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적극적인 치료와 산재신청을 함으로써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한편, 직장내에서도 상사나 동료들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노무법인 소망 김동규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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