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농협맨' 출신 밀었지만 금융당국 압박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NH투자증권 차기 대표이사로 내부 인사인 윤병운 부사장이 내정됐다. 후보 결정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의견 충돌을 보이며 잡음이 일었지만 내부에서 경력을 쌓아온 ‘증권맨’이 낙점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윤 부사장을 차기 사장 최종후보로 결정하고, 정기 이사회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선임 절차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총해 밟을 예정이다.
신임 사외이사에는 민승규 세종대학교 교수와 강주영 아주대학교 교수를 선임됐고, 박해식 사외이사 및 이보원 상근감사위원은 연임하기로 의결했다.
윤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NH투자증권 전신인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시절 기업금융(IB)·커버리지 부문을 담당하고, NH투자증권에서도 IB 및 인프라 투자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쳐온 '증권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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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운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내정자 [사진=NH투자증권] |
임추위는 앞서 지난 5일 차기 사장 후보 쇼트 리스트에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윤 부사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인을 확정했다. 후보 결정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의견 충돌을 보이며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업계와 메가경제 치재 결과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NH투자증권과 다른 농협 계열사 간 단합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농협중앙회 출신인 유 전 부회장이 사장 후보에 적합하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선거를 통해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고, 지난 7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유 전 부회장은 강 회장의 선거를 도운 키맨으로 불릴 정도로 측근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하도록 임추위에 맡겨야 한다며 강 신임 회장의 입장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NH투자증권의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를 거치지 않고 계열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7일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광범위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당국이 나서자 김 회장도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윤 부사장이 오랜 기간 정영채 사장과 한솥밥을 먹은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서 3연임 한 정영채 사장은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용퇴를 택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6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의 교체가 이뤄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정영채 사장이 이뤄놓은 성과들이 윤 부사장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사”라며 “강호동 신임 회장이 임기를 막 시작한 만큼 농협중앙회측과 시너지라든지 협업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전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417만3622주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수(3억3166만주)의 1.26%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약 500억원 규모이며, 오는 6월 1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한 후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이날 NH투자증권은 올해 현금 배당 계획도 공시했다. 보통주 1주당 800원, 종류주 1주당 850원이고 시가 배당률은 각각 6.7%, 7.8%다. 배당금 총액은 2808억261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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