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횡령, 미수에 그쳐도 형사처벌 가능성 높아"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을 둘러싸고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부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행사 정산 과정에서 임직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포착되면서 조직 차원의 관리 부실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 APEC CEO 서밋 추진단 소속 A씨는 최근 대기발령 조치를 받고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달 초 행사 관계자의 숙박비를 정산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수백만 원 많은 금액을 결제한 뒤, 차액을 개인 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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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공회의소. |
대한상의 관계자는 "비위 의혹 대상자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취했다"며 "내부 감사 결과 비위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형법 제359조는 횡령·배임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미수범의 경우 형법 제25조 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으나, 이는 법원의 재량 사항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범죄 의사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실행 행위까지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외부 제보로 적발된 만큼 자발적 중지로 인한 중지미수가 아닌 장애미수에 해당해 정상참작 여지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현금 이동이 없었고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리 의혹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업 관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APEC CEO 서밋을 총괄한 대행사가 당초 입찰가 28억5,000만 원보다 약 100억 원 많은 128억 원을 사업비로 청구하면서 예산 초과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상의는 예산 초과에 따른 적자 가능성을 우려하며 행사 종료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산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입찰가 대비 4배 이상 증액된 사업비 청구는 이례적"이라며 "초기 계약 과정과 사업비 집행 내역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조직 내부의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특정 임원과 대행사 간 유착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 "외부 행사 관련 비위 의혹이 이어지는데도 징계가 미온적"이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서밋 추진단을 총괄하는 임원이 과거 베트남 특별입국 사업에서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베트남 특별입국 추진 과정에서 대행사가 현지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고, 관련 담당자를 감봉 처분했다.
문제는 해당 인사가 직위를 유지한 채 이번 APEC 행사까지 총괄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당시 문제를 일으킨 대행사가 사명과 대표자를 변경한 뒤 이번 행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나흘간 경북 경주에서 APEC CEO 서밋을 개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경제 포럼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밋 의장을 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인 1,700여 명이 참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등이 연사로 참여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화려한 행사 이면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과 관리 부실 논란은 대한상의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외부 업체로부터 비위 의혹 관련 제보를 접수했으며, 해당 직원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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