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만연, 과장인가? 점검해 보니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8-08 14:57:31
전기차 화재, 불안감 증폭...배터리·자동차 산업 위기
소비자 불안 해소 위한 투명하고 빠른 정보 공개 절실
전고체 배터리 등 근본적인 해결 위한 기술 개발 시급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및 전기 자동차 제조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8일 관련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원인을 제공한 벤츠 준대형 전기 세단 EQE 사건에 이어 지난 6일 충북 금산에서 국산 전기차가 충전중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지하 주차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 소방관은 “배터리 소재 자체가 불이 잘 꺼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고 단단하게 밀봉된 셀 내부에 탑재돼 있어 소화용수 등이 잘 닿지 않는다”며 전기차 화재시 진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는 주·정차 중이거나 충전 중일 때 발생한 화재의 비율이 전체 48%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자 이번 사건들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동안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모두 올해 2분기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던 상황이었다.

전기차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화재 원인이 밝혀진 것도 없고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 같은데 일단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시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사정은 전기차 완성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에 따라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고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리는 등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기존 전기차 라인을 고수하고 있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캐즘 현상이다 해서, 분명 먹거리의 한축이 될 전기차 생산을 줄이지는 않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 같은 포비아가 길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사실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화재발생율이 높다는 자료는 없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국의 내연기관 차량 누적 등록 대수는 2518만9000대, 전기차의 누적 등록 대수는 54만4000대이다. 이를 토대로 화재 발생 비율을 계산하면 양쪽 모두 0.013%로 거의 엇비슷했다.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72건으로, 9명이 부상을 당했다.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3736건이 발생해 31명이 사망하고 137명이 부상을 당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안전 기술 개발에 매달려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세라믹이 코팅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알루미늄을 외장으로 사용해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각형이다. 삼성SDI는 여기에 배터리 내부에 충격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가스를 배출하는 특수 장치를 개발했다.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에너지 흐름을 단절하는 단락 차단 장치(FUSE)도 적용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폴딩’ 공법으로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양극과 음극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은 화재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지언정, 원천 차단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 배터리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빨리 원인 규명을 해주고, 언론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인천 전기차 화재로 대규모 피해를 본 아파트가 한 달여 전 소방시설 점검에서 스프링클러 문제를 지적받았던 것으로 최근 파악됐다. 지적사항 중에는 ‘준비작동식 밸브 솔레노이드밸브 연동 불량’이 포함됐다. 이는 스프링클러 설비와 연결된 특정 밸브 1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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