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서 2021년 허용했으나 여전히 ‘신중모드’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최근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손실 문제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창구 판매에 대한 논란이 번지자 일부 은행들이 투자자문업 진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7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2022년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어 NH농협은행이 WM(자산관리) 부문 고도화를 위한 투자자문업 진출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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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손실 문제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창구 판매에 대한 논란이 번지자 일부 은행들이 투자자문업 진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신한은행 역시 투자자문업에 관심을 두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이들 은행은 H-지수 ELS 사태로 자율배상과 금융당국의 제재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인 판매 위주 영업방식 관련 비판여론 때문에 자문형 서비스로의 전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NH농협은행은 WM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자문업 진출을 추진하는데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서를 내기에 앞서 컨설팅업체 선정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까지 2개월 컨설팅을 받고 인프라를 정비한 뒤 올 연말쯤 최종 라이선스를 받는다는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에서 금융위의 인가를 거쳐 투자자문업을 영위하는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한데 NH농협은행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번째로 관련 라이선스를 받게 되는 셈이다. 앞서 금융위는 2021년 부동산 투자자문업만 영위할 수 있던 제한을 완화해 은행이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문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비이자수익 확보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였던 만큼 은행 WM사업 고도화 및 수수료 수익 확대 차원에서 당국의 금융상품 투자자문업 허용은 큰 기대를 모았다. 이후 부동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2022년 라이선스를 취득한 바 있다.
그러나 주요 금융그룹이 이자수익 확대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다른 은행도 앞다퉈 투자자문업 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꽤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자문과 달리 파생금융상품 등은 판매와 연계된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H-지수 ELS 자율배상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셈인데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들조차 은행 창구에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또 4월10일 총선 이후 국회가 새로 구성되고 관계 법령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자수익을 대신해 WM사업의 질적·양적 강화는 물론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와 자문업을 통한 수수료 수익원 확보가 절실한 만큼 NH농협은행의 이번 시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은행의 수익원 가운데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한 금융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방카슈랑스로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또는 텔러들이 팔았던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 상품판매 수수료 수익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자문업은 직접 판매가 아니라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돕고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식으로 리스크 관리상 더 낫다.
아울러 NH농협은행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 WM사업을 추진 중인데 고객자산 증대를 위한 전문적인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고위험 투자금융상품 판매 규제 강화에 대비한 은행의 투자자문업 진출이 기대에 맞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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