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물량 소진 후 단종…제조사 조은술세종 "결정에 공감"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세븐일레븐이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논란에도 판매를 유지하겠다던 입장을 번복하고 그와 협업해 출시한 소주 제품 '소주한잔' 단종을 결정했다.
업계에선 1년여 준비를 거쳐 나온 '소주한잔'이 불과 줄시 3개월만에 단종 수순에 들어가면서 이번 사태와 무관한 세븐일레븐과 중소주조사인 '조은술세종'이 뜻하지 않은 된서리를 맞게 됐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세븐일레븐과 조은술세종은 소통을 이어가며 향후 협력 방안 등 해결책 마련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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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겸 배우 임창정과 '소주한잔' [사진=세븐일레븐] |
소주한잔은 롯데그룹 계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임창정 씨가 협업해 지난 2월 출시한 증류식 소주 브랜드다. 정식 제품명은 '술이한잔생각나는밤 소주한잔'이다. 임 씨의 히트곡 '소주 한 잔'에서 따왔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 제품은 1년 가량 출시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임 씨가 원재료 선정, 패키지 디자인 등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소주 생산은 충북 청주 소재 주조사인 '조은술세종'이 맡았다.
소주한잔은 출시 한 달 만에 초도물량 10만개 전량이 판매되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임 씨가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조작 사태 연루 의혹에 해당 제품을 함께 기획하고 판매하던 세븐일레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앞서 임 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대표 주최의 이른바 '1조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더해 관련 투자자 행사에서 투자를 종용하는 듯한 모습의 영상도 공개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지난 10일 오전까지도 세븐일레븐은 사태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지속되는 임 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여론과 소비자 정서 등을 고려해 판매를 중단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날 검찰은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세븐일레븐과 조은술세종은 1년간 공들여 준비한 제품을 출시 석 달여만에 단종하게 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상황을 지속해서 예의주시하고 논의해오던 도중 10일 오후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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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판매 중인 '소주한잔' [사진=메가경제 김형규 기자] |
아울러 세븐일레븐은 이번 사태 초기에 바로 판매 중단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조은술세종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개발한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안 돼 반품하거나 단종시킨다면 중소 협력업체에게 돌아갈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입장에서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도 고려하다 보니 보유 중인 물량까진 다 소진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쪽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은술세종 측은 이번 소주한잔 단종으로 매출 측면의 아쉬움은 있으나 세븐일레븐의 결정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경기호 조은술세종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민감한 사안이라 세븐일레븐과는 그동안 관련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협조해왔다"며 "전체적인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이 제품은 정리해야 한다는 방향에 당사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매출이 안 올라가긴 하겠지만 세븐일레븐에서 당사에 손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주고 있다"며 "자체적인 브랜드로 증류식 소주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고 세븐일레븐과도 주류와 관련해 그동안 소통해온 만큼 향후 또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다시 협업을 고려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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