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 "업계 관행, 물류 대행 편의 제공"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현대그린푸드가 중소 업체에 '에누리'라는 업계 관행을 통해 물류비를 떠넘기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식자재 유통과 급식 사업을 하는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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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린푸드 물류센터. [사진=현대그린푸드] |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청인 현대그린푸드로부터 물류비 명목으로 납품가격 감액을 강요당했다는 중소 김치 제조업체 '토속'의 신고를 받고 원청의 불공정거래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에누리는 납품가 감액을 뜻하는 식품 유통업계 용어다. 업계 관행처럼 자리 잡았으며 현행 부가가치세법에도 규정된 할인 방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물류비 전가 방식의 에누리가 대기업의 납품가 감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대그린푸드는 거래 과정에서 약 30~40%의 자체 유통 마진 외에 물류비 명목의 에누리를 별도로 책정해 토속에 부과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에누리는 현대그린푸드가 토속으로부터 공급받은 김치를 최종 거래처에 배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는 납품단가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속은 현대그린푸드가 에누리 요율에 대해 지난 2018년까지 8% 미만으로 유지해오다 2019년에 9.84%, 2020년 12.76%, 2021년 13%로 일방적인 인상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토속의 주장대로라면 특히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에 빠진 시기에 에누리 요율이 오히려 급등했던 셈이다. 이 업체는 현대그린푸드와 거래한 7년간 에누리로만 손해 본 비용이 약 13억원에 달한다고 성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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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현대백화점 면세점 오픈 행사에 참석한 정교선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현대그린푸드는 협력사의 물류를 분담해주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에누리는 업계 내 공공연한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토속은 이 같은 관행 자체가 부당한 거래행위라며 반박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계약상 토속이 수백 곳에 달하는 모든 거래처에 김치를 직접 배송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는 회사의 중간 물류 집화장인 경기도 곤지암 허브에서 김치를 받아 모든 거래처에 배송을 대신해줬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물류 대행을 통해 협력업체에 편의를 봐주면서 에누리를 적용했다는 게 현대그린푸드 설명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협력사에 원래 계약서대로 업장까지 모두 직접 배송하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편의를 위해 물류를 대신해주고 있던 것"이라며 "당사 입장에서는 물류비만 에누리 명목으로 받고 편의상 도움을 줬음에도 이러한 의혹을 받게 돼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토속은 현대그린푸드가 관여하지 않은 물류에도 공제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토속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남양연구소 등 근거리 거래 업장에는 당사가 직접 배송했기 때문에 현대그린푸드의 물류 대행이 없었음에도 에누리를 적용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린푸드 측은 "확인이 필요하다 "며 말을 아꼈다.
이밖에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가 강요한 에누리 요율을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합의한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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