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고기 개방 없었지만…농업계 "비관세 장벽 협의 주시해야"

윤중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3 15: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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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쌀 시장 개방" 주장에...정부 "논의조차 없었다" 해명 반박
'레드라인' 지켰다지만…추가 협의 속 농업계 긴장 지속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켜내며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을 막았지만, 농업계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추가 협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3일 대통령실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협상단 수석대표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검역 절차 개선,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농업인단체들은 당장의 시장 개방은 막았지만, 향후 세부 협상이 남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과채류 검역 절차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한국의 농축산물 검역 기준 완화 및 시장 개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성명을 통해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 장벽 논의는 향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며 “농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정부가 책임 있는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한우협회 또한 “식량주권과 국민 건강권은 결코 협의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검역 절차 개선 협의를 기술 협력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역 개선이란 표현은 양국 간 소통 강화를 의미하며,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도 사과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은 과학적 평가와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에 따라 농산물 수입 검역을 병해충 위험 평가 등 8단계 절차로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식물방역법에 따라 단계 생략이나 간소화는 불가능하며, 다른 품목의 위험관리 방안을 대체 적용할 수도 없다.

 

예컨대 지난해 ‘금(金)사과 파동’ 당시 국내 소비자들의 사과 수입 요구가 높았지만, 검역 절차를 완료한 국가는 없었기 때문에 실제 수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 1993년 신청한 사과 수입 검역도 현재 8단계 중 2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착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전자변형작물(LMO)의 경우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식용·사료용으로 수입이 가능하며, 현재 식용으로는 대두·옥수수·면화·사탕무·캐놀라·알팔파 등 6종이 수입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LMO 감자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평가만을 남겨둔 상태다.

 

쌀 시장 개방 여부를 둘러싼 양국 발표의 불일치도 혼선을 낳았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자동차와 쌀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 시장 개방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곧바로 설명 자료를 내고 “한미 통상 협의에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없다”고 밝혔으며, 구윤철 부총리도 귀국 직후 “쌀과 관련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으며,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검역 절차와 같은 기술적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쌀이나 소고기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선 추가 비용을 치를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 건강 보호와 국내 농업 영향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농산물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기조를 견지해왔다. 협상단은 한국 농업의 민감성을 설명하기 위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사진을 미국 측에 제시하기도 했으며, 이는 농식품부 수습 사무관이 직접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연료용 작물 수입 확대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번 협상에서는 해당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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