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나와 공사 미뤄졌는데...LH, “땅값 제때 안 내?” 지연손해금·재산세 물려 ‘갑질’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8-16 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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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지연으로 토지사용 시기 미뤄져”...과징금 5억 6500만원
공정위 “공기업 갑질” vs LH “법원서 다툴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 도중 1년 4개월간 토지공급이 미뤄진 상황에서, 이 기간 매매대금을 내지 않은 매수인들에게 지연손해금이나 재산세 등을 물게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에 LH는 공사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토지사용이 가능한 상태였고, 계약서와 약정에 따라 조치했을 뿐이라며,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갑질했다는 공정위 결정에 반박하고 나섰다.
 

▲ 김현준 LH 사장 [사진=LH 제공]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로 법 위반을 한 LH에 향후 행위 금지명령 및 통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6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LH는 당초 사업 기간이 2006년 12월 13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인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시행자로, 2008년 12월 말께 ‘선분양 후조성 및 이전’ 방식으로 이주자 등과 이주자택지와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상 토지사용가능시기는 2012년 12월 31일로, 부지조성공사 등이 완료돼 건축 착공 등 토지사용이 가능한 때를 말한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 등 사유로 준공이 1년 4개월이나 늦어지면서 LH는 2014년 4월 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LH가 1년 4개월간 공사 지연으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늦춰졌음에도 이 기간에 매매대금을 연체 중인 매수인(총 34필지)들에게 지연손해금, 대납 재산세 등 명목으로 부당하게 돈을 받아 챙겼다고 봤다.

▲ 매매계약서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LH는 토지사용가능시기가 미뤄지면서 이 기간에 매매대금 연체로 발생한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 8억 9000만 원을 전적으로 매수인들에게 부담시켰다.

매수인들의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는 2014년 5월 1일부터로, LH가 지연손해금 계산에 넣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는 실제 토지사용이 불가능해 지연손해금도 발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방세법상 과세기준일인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토지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었던 LH가 토지사용가능시기 지연 기간에 내야 할 재산세 5800만 원까지 매수인들에게 떠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LH가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의 이행을 어기고도 매매대금 조기회수에만 급급한 나머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한 결과, 토지 매수인들에게 총 9억 4800만 원의 금전적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또 LH는 사전에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늦어질 것을 알았으면서도 매수인들에게 그 사실을 즉시 서면으로 알려야 하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일부 매수인들이 계약상 토지사용가능시기 지연을 예상해 잔금 납부 연기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매수인들에게 정상적으로 이행될 것처럼 안내문을 보내 속이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LH는 오히려 토지사용가능시기 지연에 따른 위험을 매수인들이 직접 감수하게 할 목적으로 ‘토지사용 승낙서’ 발급 신청을 유도하면서 민원 발생, 지연책임 소재, 대금 회수 지연 등의 각종 문제를 피하거나 떠넘기려 한 사실도 공정위 조사에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장기간 문제가 되고 있는 ‘선분양 후조성·이전’ 공급방식 관련 공기업 사업시행자의 갑질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제재로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 도시공사 또는 개발공사의 업무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날 LH는 이 같은 공정위 조사 결과에 즉각 해명자료를 내놓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LH 지침에 따라, 토지사용시기는 원칙적으로 면적정산 기준일로 하지만, 공급대금의 조기회수를 위해 조성공사 및 지적 확정측량 전으로 정할 수 있다고 LH 측은 해명했다.

매수인 중 일부가 토지사용가능시기 이전에 LH의 토지사용 승낙을 득하고 건축인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등 이 토지가 전체 조성공사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사용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LH는 “해당 토지는 원주민 이주 등을 위한 토지로 조성공사 완공 후로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정할 경우, 재정착 지연 등 문제가 발생되며, 실제 이주자택지 등은 계약대상자가 조기 공급을 희망해 조성공사 준공 전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지연손해금 및 재산세 부과 등 조치도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LH 귀책사유로 토지사용 시기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잔금납부일을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로 연장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제때 토지사용이 가능해 계약에 따라 지연손해금과 재산세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가 2019년 2월 같은 사안에 대해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LH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 3차례, 감사원 2차례 등 이 사안에 대한 사건종결 처리를 한 적이 있다.

▲ 자료=LH 제공


LH 관계자는 “LH는 매수인들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달리 정한 바가 없고, 계약서상의 잔금 납부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체 책임 등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위반 대상이 되는 거래는 계속적 거래관계를 전제로 한다”면서 “LH와 매수인의 거래는 이주·생활대책용지 매매계약으로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지 않아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계약서상 의무의 상호 이행여부, 이에 따른 민사상 책임에 관한 문제로서 민사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항으로 소송을 통해 처분의 부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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