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수수료 인하 확정된 것 아냐...적격비용 찾아가야”
업계 “신용판매 업무 수익 20% 수준...기형적 수익구조”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이미 바닥 수준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인하하려는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시도가 사회적 비용만을 재생산하며 국민 간의 갈등을 조성하는 도를 넘은 포퓰리즘임을 밝히고자 합니다.” (장문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카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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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카드사 노조 단체가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과 재산정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노규호 기자] |
카드사노동조합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탄하며 금융당국에 폐지를 촉구했다.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 수익이 전체 수익의 20% 수준으로 떨어져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 등 대출 업무를 늘리다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9일 오전 11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서울 종로구 금융위(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들은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과 주기적 재산정 제도 폐기를 요구하며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란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책정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 정부는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내려왔다. 2022년 1월 말 금융위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내렸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는 3년 전 수수료 인하를 최소화하고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염두에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어떤 결과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수수료를 더 깎으려는 명분만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위원장은 카드사들의 어려운 경영 환경을 강조하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로 소비자들의 카드 혜택이 축소되고 이는 카드사의 영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적격비용 산정 제도 폐기 주장의 근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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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문을 외치는 박종기 현대카드지부 전략부장.[사진= 노규호 기자] |
이에 카드업계는 관계자는 “카드사의 본업은 신용판매 부문인데 현재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수적인 업무의 일종인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신용판매 수익 비중이 전체 수익의 20% 수준에 머무르는 것은 상당히 기형적인 수익구조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찾아가는 것은 소비자들과 영세사업자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며 “아직 수수료 인하가 결정된 것도 아니고 비용 산정 중이기에 3년전에 비해 카드사의 여력이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조심스럽다는 답변을 내놨다.
장문열 금융노조 우리카드지부장은 가맹점 수수료가 영세 소상공인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가맹점들은 카드 매출의 1.3%를 세액공제 받으며, 실질 수수료율은 마이너스”라며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제도는 국민 간의 갈등을 키우는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더해 “과도한 개입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도모하고,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노조 입장이 일치하는 사안이 그리 많지 않다”며 “노사의 공통된 입장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 달라는 것인 만큼 금융당국도 이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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