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맥주 '곰표' 신드롬, OEM 롯데칠성 '함박웃음'...OB 아성 넘보나

김형규 / 기사승인 : 2021-05-12 16: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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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세븐브로이·더쎄를라잇브루잉 등 연이어 OEM 생산
OEM 방식에 따른 수제맥주 정체성 훼손 우려도 일각에서 나와

연이어 품절을 기록 중인 '곰표 맥주 신드롬'에 위탁생산을 맡은 롯데칠성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손잡은 세븐브로이의 곰표 맥주가 편의점 캔맥주 판매량에서 OB맥주의 카스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쾌거를 맛봤다.

자사의 대표 상품인 클라우드로도 쉽지 않았던 신기록을 OEM으로 세운 것이다.
 

▲ 롯데칠성 충주 공장에서 위탁생산되는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 [사진=연합뉴스]

 

롯데칠성은 세븐브로이뿐만 아니라 제주맥주와 더쎄를라잇브루잉과도 OEM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수제맥주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2019년 7월 시작된 반일불매 운동의 여파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대중과 친숙한 음료와 주류를 담당하는 롯데칠성 매출이 급격히 내려간 것이다.

지난해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적자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2017년 야심차게 출시했던 맥주 피츠는 부진한 판매량으로 업계에서 단종설이 돌기도 했었다.

긍정적인 변화는 지난해 6월 이후 보이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파생상품 ‘클라우드 생드래프트’가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고급 맥주로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매출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롯데칠성이 수제맥주 시장을 통해 본격적인 활로를 찾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외식 주류시장이 침체되는 대신 가정에서 즐기는 ‘홈술’소비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180억 원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향후 2023년까지 37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주종이 제한된 외식 주류 시장과 달리, 편의점‧마트에서 구입해 가정에서 마시는 맥주는 그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수제맥주 판매량도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의 주류시장 규제 완화 결정으로 수제맥주 위탁생산이 가능해졌고, 이에 롯데칠성은 발빠르게 충주 1공장을 ‘수제맥주 클러스터’로 전환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충주 공장은 이미 클라우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피츠 등 롯데칠성의 모든 맥주 생산을 맡고 있어 수제맥주 위탁생산 시설만 더하면 됐다.

롯데칠성의 수제맥주 클러스터 첫 파트너는 지역색을 살린 수제맥주의 강자 제주맥주였다. 롯데칠성의 충주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제주위트에일의 추정 생산량은 약 693만 리터로 제주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의 1237만 리터의 절반을 상회하는 양이다.
 

▲ 마트에서 판매 중인 제주맥주의 '제주펠롱에일' [사진=연합뉴스]

 

뒤이어 지난달 CU와 대한제분, 세븐브로이가 협력해 만든 히트 제품 ‘곰표 밀맥주’의 위탁생산을 계약해 생산 중이다. 이후 곰표 밀맥주는 최근 하루 판매량이 15만 개를 넘어서다 현재는 월 생산량인 300만 개 완판을 앞둔 상황이다.

곰표 밀맥주 돌풍은 기존 인기도 주된 원인이었지만 롯데칠성이 OEM을 통해 대량 공급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칠성은 또 지난 11일 유동골뱅이맥주와 쥬시후레쉬맥주로 이름을 알린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하청계약 소식을 알리며 기본적인 수제맥주 클러스터의 모양새를 갖췄다.
 

롯데칠성의 충주 공장에서 각기 다른 개성의 수제맥주가 모두 생산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브랜드의 강한 개성이 중요한 수제맥주 특유의 정체성이 흐려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각 수제맥주 브랜드로부터 받은 레시피를 엄격히 준수해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며 “생산 마무리 공정에서도 브랜드와 함께 주질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도 이 같은 우려에 “개성과 품질은 바로 제작 공정에서 나온다. 어느 지역에서 생산하든 정체성이 변할 일은 절대 없다”며 수제맥주 레시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국내 맥주 업계 1위를 유지하던 오비맥주도 편의점과 손잡고 OEM 생산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자회사 ZX벤처스 코리아는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제품인 '노르디스크캠핑맥주'와 '백양 BYC 비엔나 라거', '서울 IPA' 등의 제품을 편의점 PB상품 등으로 기획 제작하고 있다.

다만 오비맥주는 롯데칠성과 달리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진행 중인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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