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4 LG] 구광모 회장, 재벌 최초 지주회사체제에 안착

장익창 / 기사승인 : 2023-06-09 17:25:15
  • -
  • +
  • 인쇄
4대에 이르는 '장자승계' 가풍...고 구본무 회장 미망인과 친딸들 소송전

[메가경제=장익창 대기자] 날로 긴밀해지는 지구촌 시대, 글로벌 경제에서 기업들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함께 일컫는 ESG 경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괄목할 성과를 거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 후진적 구조로 평가받는 순환출자 고리 등을 끊지 못하는 곳들도 상존한다. 이에 본지는 국내 대기업집단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짚어보고 각각의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주회사인 주식회사LG(㈜LG) 지분 15.9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섰다. 구 회장은 ㈜LG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면서 올 4월말 기준 6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4위 LG그룹 경영권을 장악한다. 

 

LG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먼저 ㈜LG를 중심으로 지주회사체제로 하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구광모 회장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의 ㈜LG지분율은 41.70%에 달해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지분율로 평가받는 30%를 크게 웃돌아 외부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국내 재벌그룹 중에서도 강력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올 들어 내부에서 균열조짐이 LG그룹을 뒤흔들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양모와 두 양 여동생들이 구 회장을 상대로 올 2월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상속분쟁에 휩싸였고 나아가 경영권 분쟁 불씨마저 제기된 양상을 맞아 재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 3월 열린 LG 테크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LG그룹]

 

LG그룹은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2대 구자경 회장, 3대 구본무 회장에 이르기까지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가풍을 이어 왔다. 구본무 전 회장은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인 고 구원모 씨를 잃을 때까지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의 슬하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등 1남 1녀를 두고 있었다. 구본무 전 회장은 아들을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 51세인 1996년 늦둥이 막내 딸인 구연수 씨가 태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LG그룹 총수일가와 구본무 선대 회장은 '장자 승계' 가풍을 이어가기 위해 직계가 아닌 방계에서 답을 찾았다. 그가 구광모 현 회장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2004년 자신의 첫째 남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씨를 양자로 입적해 자신을 이을 후계자로 정했고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시켜 단계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구광모 회장은 양남매지간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1978년생 동갑으로 생월은 구광모 회장이 1월생으로 2월생인 구 대표에 비해 약 한 달 빠르다. 

 

그렇게 구광모 회장은 2014년 상무로 승진했고 와병중인 구본무 전 회장이 2018년 5월 별세하자 ㈜LG는 이사회를 열고 같은 해 6월 그룹을 이끌 총수로 구광모 회장을 선임했다.  

 

구광모 회장은 같은 해 11월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본무 전 회장의 나머지 지분은 장녀 구연경 씨와 차녀 구연수 씨가 각각 2.01%와 0.51%를 상속받았다.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들은 상속세 9215억 원을 5년에 걸쳐 연납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취임 5년을 맞는 올해 구광모 회장은 상속세를 완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먼저 2003년 3월부터 ㈜LG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체제를 운영해 왔다. LG그룹은 2001년과 2002년에 기존 LG화학과 LG전자에 ‘LGCI’와 ‘LGEI’​란 지주회사를 각각 출범시킨 후 2003년 두 회사를 합병해 그룹 통합 지주회사인 ㈜LG를 출범시켰다. 

 

올 3월말 현재 ㈜LG 최대주주는 15.95%를 보유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며 2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6.90%를 보유하고 있다. 3대 주주는 지난 4월부로 영국계 투자회사인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실체스터)가 5.02%를 보유한 3대주주다. 실체스터는 지난 2020년 이후 ㈜LG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5%이상 지주로 올라섰으며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인 '경영 참여'가 아닌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위한 '일반투자'다"라고 밝혔다. 

 

2대와 3대주주는 그룹 외부에 있지만 ㈜LG는 구광모 회장 등 총수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41.70%에 달해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LG 4대 주주는 4.48%를 보유한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막내아들인 구본식 LT그룹 회장이다. 구광모 회장의 양모로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4.20%)와 구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3.05%)도 각각 ㈜LG 5대, 6대 주주다. 고 구본무 회장과 김영식 여사의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2.90%, 구연수 씨는 0.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LG그룹으로부터 공식 분리한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2.04%를 보유 중이다.  

 

㈜LG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다. ㈜LG 수입원은 계열사들을 통한 배당수익, LG 브랜드 상표권 사용에 대한 로열티와 건물 임대를 통한 임대수익이다. ㈜LG는 연결기준 시스템통합(SI) 계열사 LG CNS(49.95%), 부동산·자산 관리 계열사인 디앤오(100%) 등 28개 종속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 중인 LG CNS는 ㈜LG의 지분율이 절반에 못 미치지만 구광모 회장(1.12%)과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0.84%) 지분을 합하면 50%를 넘어 종속법인으로 분류된다. 

 

 

▲ 서울 여의도 LG그룹 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회장은 그룹을 LG전자를 중심으로 전자 부문, LG화학과 LG생활건강을 중심으로 화학 부문,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통신·서비스 등 3대 사업을 중심 축으로 정했다. 구 회장은 로봇과 배터리, 올레드(OLED), 인공지능, 전장기술을 LG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공을 들이고 있다.

 

㈜LG는 올 3월말 기준 주요 3대 사업부문 핵심 계열사들 경영권에 대한 안정적인 지분율로 평가받는 30% 이상을 보유 중이다. 각각 ㈜LG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인 LG전자(33.67%), LG화학(30.06%), LG생활건강(34.03%), LG유플러스(37.66%)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핵심 계열사들이 각자의 부문과 연관된 다른 LG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최대주주로서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구광모 회장→㈜LG→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다른 LG그룹 계열사 등 수직적인 지배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그룹 전자 부문과 관련해 코스피 상장사들인 LG디스플레이(37.90%), LG이노텍(40.7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해 지난해 1월 코스피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갖고 종속법인으로 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방송 사업을 하는 코스피 상장사인 LG헬로비전(옛 CJ헬로비전) 지분 50.00%를 보유해 자회사로 거느린다. 

 

LG그룹은 구인회·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하면서 첫발을 내디딘 후 4대 회장인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장자승계, 형제분리 경영’ 가풍을 이어오며 숱한 분리 과정을 겪어 왔다. 

 

1969년 구인회 창업주가 별세한 뒤 구 창업주의 장남인 구자경 회장이 취임했고 1995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구자경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2018년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광모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그룹은 여러 그룹으로 분리됐다. 2003년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명예회장이 전선, 비철금속, 산업기계 부문을 들고 나가 LS그룹을 만들었다. 구인회 회장과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허만정 회장의 손자인 허창수 현 GS그룹 명예회장 겸 GS건설 회장은 LG그룹 계열이었던 현 GS칼텍스, GS건설, GS유통 등을 들고나와 2005년 GS그룹을 출범시켜 초대 회장에 올랐다.

 

이밖에 희성그룹과 희성그룹에서 분리된 LT그룹, LIG손해보험, LB인베스트먼트, 아워홈, LF그룹 등이 분리됐다.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가장 최근에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고문이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를 설립하며 LX그룹을으로 분가해 초대 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X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음을 공식 인정했다. 

 

 

▲ 2012년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앞줄 왼쪽 셋째)의 미수연(88세)에 LG그룹 총수일가가 참석한 모습. 앞줄 왼쪽부터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과 부인 김영식 여사, 고 구자경 명예회장,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뒷줄 왼쪽 둘째부터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안정적인 LG그룹 지배구조에 올 들어 중대 변수가 발생했다.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미망인이자 구광모 회장의 양모인 김영식 여사와 구 선대 회장의 친딸들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 씨가 올 2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김 여사와 두 딸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민법상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속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내놓는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이에 대해 LG는 김 여사 측의 행위에 대해 LG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LG는 앞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선대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은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었다"며"이미 재척기간인 3년이 지났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어온 LG 경영권 승계 룰은 4세대를 내려오면서,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아왔다. 이번 상속에서도 LG가 원칙을 잘 이해하는 상속인들이 이 룰에 따라 협의를 거쳐 합의했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익창
장익창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부산 광안리, 주민·관광객 함께 즐기는 골목상권 축제 ‘남천바다로 가는 길’ 9월·10월 두 차례 개최
[메가경제=양대선 기자]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의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광안리 세흥시장~광리단길 일대에서 ‘남천바다로 가는 길’ 행사가 9월과 10월 두 차례 열린다. 상인회 소속 개성 있는 상점들이 참여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품 이벤트와 특별한 소비 경험을 선사한다.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에 위치한 해당 골목 상권은 '남천바다로

2

IBK기업은행, ‘NFT지갑 서비스’ 시범 운영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IBK기업은행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 확산에 발맞춰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지갑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NFT지갑 서비스’는 고유성과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인 NFT를 보관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지갑 서비스다. 기업은행은 고객들이 직접 NFT 자산을 관리하고

3

잇다컴퍼니, ‘춘천버디즈’ 캐릭터로 캐릭터라이선싱페어 2025 참가
[메가경제=양대선 기자] 강원도의 디지털마케팅 전문기업 잇다컴퍼니는 지역 기반 IP 사업으로 춘천을 브랜딩하는 팀, ‘춘천버디즈’를 선보이며 지난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캐릭터라이선싱페어 2025’에 참가해 성황리에 전시를 마쳤다. 이번 전시는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강원콘텐츠코리아랩의 지원으로 진행된 ‘2025년 국내 전시회 공동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