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미국 상장사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한다.
DL케미칼은 지난 20일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의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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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하이오 주 벨프레(Belpre)에 위치한 크레이튼 SBC 생산 공장 [DL케미칼 제공] |
이로써 올해 9월 인수를 확정한 이후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 5000만 달러(약 1조 1200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자금 조달로 자체 보유 현금을 포함해 3조 원의 인수대금을 모두 마련했다.
특히 DL케미칼은 이번 인수작업에서 국내 최초로 미국 상장사를 LBO 방식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LBO란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DL케미칼에 따르면, 이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담보대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DL케미칼은 LBO 금융에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한 인수금융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금융비용과 크레이튼의 부채비율까지 함께 낮추는 금융기법을 글로벌 M&A 시장에서 처음 적용했다.
DL케미칼은 지난달 미국에서 수십여 곳의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모집금액의 2배가 넘는 주문을 받으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되나 이 투자에는 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며 유리한 금융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회사 측은 지난해 카리플렉스에 이어 크레이튼 인수도 성사시키면서 향후 추가적인 M&A 추진을 위한 전략의 폭을 넓히게 됐다고 전했다.
DL케미칼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번 인수에 힘을 실어줬다"면서 "금융 관행, 심사기간, 절차 등 모든 면에서 통상의 M&A와 조건이 달랐으나 미국 금융의 빠른 진행 속도에 발맞춰 인수금융을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DL케미칼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인수 절차의 속도를 낼 전망이다. 크레이튼은 지난 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DL케미칼의 인수를 승인했다. 지난달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외 주요국 승인 절차는 내년 2월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한국 기업 최초의 미국 상장사 LBO 성공이라는 쾌거를 출범 첫해에 이루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DL의 M&A역량을 증명했다"며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이튼은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R&D센터를 운영 중이다.
폴리머 사업 주력 제품은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소재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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