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를 추진한다.
DL케미칼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석유화학사인 크레이튼의 지분 100퍼센트(%)를 주당 46.5달러, 총액 16억 달러(약 1조 8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크레이튼은 폴리머와 케미칼 2개의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미국,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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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케미칼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D타워 사옥 [사진=DL케미칼 제공] |
크레이튼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5억 6300만 달러이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Adjusted EBITDA)은 2억 6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크레이튼 폴리머 사업의 주력 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BC는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G 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되는 첨단 기술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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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이튼 CI] |
크레이튼은 소나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바이오 케미칼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바이오 케미칼 생산 능력은 연 70만 톤으로, 바이오 디젤 같은 친환경 연료부터 고기능성 타이어 재료, 친환경 접착제 등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DL케미칼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전통적인 석유화학기업에서 바이오 케미칼 시장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또한 "스페셜티 합성고무와 점접착제 시장 진출이라는 중기 전략 목표에도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DL케미칼은 중기 전략 실행의 첫 단추로 지난해 크레이튼의 수술장갑용 합성고무 사업부문인 카리플렉스(Cariflex)를 인수했다.
올해 6월 카리플렉스 브라질 공장 증설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인수 1년 만인 올해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이 운영 중인 전 세계 생산 거점과 글로벌 판매망, 물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DL케미칼의 석유화학사업 운영능력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접목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크레이튼의 글로벌 R&D센터를 활용해 친환경 소재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성 창출을 목표로 할 방침이다.
DL케미칼은 800여 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크레이튼의 기술력에도 주목했다. 이 회사는 1965년 세계 최초로 SBC 상업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서 1972년 SBC에 수소를 첨가하여 내열성 및 내화학성이 우수한 수소첨가 SBC(HSBC)를 최초로 개발했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특허를 활용해 핵심 소재의 국산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석유화학 신소재 분야는 소수의 선진국이 주도해 해외 기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DL케미칼은 혁신제품의 조기 상업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크레이튼은 지난해 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여 ESG 경영에 유용한 제품 개발도 성공했다.
재질이 다른 재활용 플라스틱끼리의 혼합을 쉽게 하고 재활용 제품의 단점인 물성‧가공성도 개선한 ‘서큘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페트(PET),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을 별도의 분류작업 없이 한꺼번에 재활용 작업할 수 있다.
이어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을 99.99%까지 살균할 수 있는 ‘바이액삼’을 개발했다.
바이액삼은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아 델타항공의 키오스크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추후 최종 사용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DL케미칼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차입매수 방식을 활용한 인수금융으로 필요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DL케미칼의 공정운영 및 설비관리 역량을 접목해 크레이튼의 수익성을 한 단계 향상 시킬 것”이라며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함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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